스플라이스(Splice) - 새로이 창조된 인조 생명체의 아름다움과 그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 대가에 대한 고찰
2019.11.03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영화 <큐브>의 감독으로 유명한 빈센초 나탈리 감독의 SF 스릴러 영화 <스플라이스>입니다.
유전자 조작과 이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인조 생명체를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잔혹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SF 장르에서는 드문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단어 Splice는 밧줄이나 비디오 테이프의 필름 등을 이어 붙이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 다종(多種)의 생명체가 가진 유전자를 모두 융합시킨 생명체가 탄생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금단의 과학 기술과 이로 인한 참혹한 대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포스터에서는 이를 "무섭도록 아름답다"는 표현과 함께 미화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표현이 사용됐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내용을 설명해 보도록 하죠.
영화는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을 비추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전도유망한 과학자 부부 클라이브(좌)와 엘사(우)로, 이들은 제약회사에 납품할 신약을 만늘어 내기 위해 조류, 양서류, 갑각류, 파충류 등 여러 종류의 동물들의 유전자를 결합하여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구 끝에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인조 생명체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죠.
새로이 탄생한 인조 생명체의 모습
두 사람을 이렇게 태어난 두 생물을 프레드와 진저라 이름짓고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두 생물을 만들어낸 이유는 암수별로 다른 유전자 조합 때문이었겠지요.
그 과정에서 두 생물이 혓바닥(?)처럼 생긴 기관을 이용해 서로 교감하는 모습도 보여주죠.
그들의 연구는 성공리에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아직 난제가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새로이 만든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와 결합하는 것이었죠.
인간의 유전자는 타 동물들보다 훨씬 복잡한 유전자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부부는 이에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끝내 부부에게 금지된 호기심을 심어 주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죠.
부인 엘사는 제약회사들을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해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인간의 유전자를 합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그나마 엘사보다는 조금 더 윤리적이었던 남편 클라이브는 이를 만류했지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엘사의 실험에 동참하게 되죠.
결국 전도유망한 과학자 부부 사이에서 금지된 실험이 시작되고,
인간도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태어납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정체불명의 생물
놀랐는지 실험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듭니다.
클라이브는 실험실을 밀폐시키고 가스를 틀어 생물을 죽이려 들었지만, 이를 좀더 연구해 보자는 엘사의 제안에 결국 마취 가스를 틀어 생물을 재운 후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다종(多種)의 유전자를 합쳐서 탄생한 그것은 보통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유전자가 합쳐진 만큼 어린아이 수준의 지성까지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엘사의 옷에 새겨진 단어 NERD까지 알파벳을 조합하여 따라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죠.
그리고 너드라는 단어를 거꾸로 보았을 때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엘사는, 그 생물에게 드렌(Dren)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러나 며칠 후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말죠.
실험실에서 같이 일하던 클라이브의 동생 개빈이 걸어잠근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고 싶어 실험실에 들어섭니다.
드렌의 꼬리가 보이고...
외부인이라 가차없이 공격당합니다.
다행히 부부의 저지로 개빈은 무사했죠.
하지만 이로 인래 드렌의 존재가 처음으로 외부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형이나 형수보단 윤리의식이 강해 보이는군요.
드렌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빌까 두려웠던 클라이브는 드렌을 물에 넣어 익사시키려 했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드렌을 만들 때 양서류의 유전자가 사용된 탓에, 양서류의 폐가 각성하여 드렌이 수중 호흡까지 해낸 탓이었죠.
결국 부부는 자신들의 본 연구를 계속하면서 비밀리에 드렌을 계속 키우기로 합니다.
어느덧 시간은 계속 흘러 부부는 그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합니다
다시 한 번 교감을 시도하려는 프레드와 진저
그러나 그것은 교감이 아니었습니다.
둘은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시작하죠
피가 튀고
연구실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싸움의 원인은 그들이 창조해낸 인조 생명체들이 주기적으로 성별을 바꾸게 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고, 동성이 된 프레드와 진저는 생식 본능에 이끌려 동성인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웠던 것입니다.
이를 캐치하지 못한 탓에 그들은 제약회사의 갈굼을 피하지 못하게 되고, 그들의 실험은 원점으로 돌아가죠.
결국 이들에게 남은 희망은 드렌뿐이었고, 드렌은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금지된 실험체였던 탓에 부부는 드렌을 키울 수 있는 장소로 연구 거처를 옮깁니다.
새로운 연구 거처는 엘사의 부모님들이 살던 농가.
드렌도 많이 컸습니다.
알파벳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드렌.
외부에 노출이 되면 안 되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겠죠. 분명 나가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안 되죠.
결국 드렌이 난동을 피우기 시작하고 엘사와 드렌의 관계도 점점 틀어집니다.
결국 화가 난 드렌은 지붕을 통해 나가 버리죠.
그 찰나 발을 헛디딘 드렌이 지붕에서 떨어지나 싶더니
내제되어 있던 조류의 유전자를 이용해 날개를 만들어 떨어지지 않고 날아오릅니다.
결국 클라이브가 드렌을 설득하고
드렌은 다시 고분고분해집니다.
왜 클라이브의 말은 듣고 엘사의 말은 안 듣는 걸까요..?
결국 드렌은 나가고 싶은 욕구를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드렌이 그린 그림에는 클라이브 뿐이었죠.
자기 그림은 없냐는 엘사의 물음에 드렌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드렌에게 춤을 가르치는 클라이브
즐거워하는 드렌의 모습
거기서 클라이브는 드렌에게서 익숙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엘사가 드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썼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엘사는 자신의 유전자로 만든 드렌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고양이를 기르라고 선물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드렌은 그 고양이마저 꼬리로 찔러 죽여버리곤, 엘사를 위협합니다.
바로 드렌이 "암컷"이었으며, 생식 본능에 이끌려 여자인 엘사를 경쟁 상대로 보았기 때문이었지요.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엘사는 드렌을 묶어 놓고 꼬리를 잘라 연구 성과로 제출합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클라이브는 드렌을 보러 왔고 둘은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성관계까지 하고 말죠.
엘사는 이를 목격하게 되고 부부싸움을 하게 되지만, 연구 성과로 재츌한 드렌의 꼬리가 프레드와 진저보다 훨씬 안정적인 샘플임을 알게 되자 결국 필요한 것은 얻었으니, 드렌을 죽이자는 것에 암묵적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성장속도가 너무 빨랐던 드렌은 결국 예상보다 일찍 죽음을 맞았고, 부부는 드렌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드렌의 유품 중에서 그림이 발견되는데, 클라이브의 그림은 온데간데없고 엘사의 그림만이 가득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제약회사에 제출된 연구 성과의 샘플(드렌의 꼬리)에서 인간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연구소장은 드렌의 존재를 눈치챘고,
결국 그는 개빈과 함께 부부를 찾아와 드렌의 행방을 부부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드렌은 이미 죽은 후였죠.
그러나 드렌이 묻힌 자리에 시체는 온데간데없었고 드렌은 다시 살아나 있었습니다.
성별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프레드와 진저처럼, 이번엔 수컷이 된 채로요.
수컷으로 부활한 드렌은 다시 그 본능에 이끌려, 이번엔 수컷들을 경쟁 상대로 보고 죽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개빈과 제약회사의 연구소장이 드렌에게 끔찍한 죽음을 맞죠.
드렌은 클라이브마저 반죽음상태로 만든 후 엘사를 잡아 옷을 찢고 강간합니다.
오직 본능에 따라서 말이죠.
하지만 클라이브가 마지막 힘을 짜내 드렌과 동귀어진하고, 결국 이 참극에서 살아남은 건 엘사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조 생명체 사건은 종결되나 싶었지만, 제약회사에서 엘사에게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드렌에게 강간당한 엘사가, 드렌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 것이었죠.
제약회사는 엘사가 잉태한 생명체를 연구하기 위해 그 생물을 거액의 돈을 주며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죠.
그렇게 인조 생명체로 시작된 비극이 비로소 진정한 막을 내립니다.
<스플라이스>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인조 생명체라는 금단의 소재를 현실의 요소와 잘 버무려냈지만, 그것이 너무 적나라한 탓에 신기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금기라는 건 인간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금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드렌 역의 배우 델핀 샤네끄
여담으로 드렌의 모습을 연출할 때에는 배우의 연기에 CG를 입혔다고 합니다. 인간과는 달리 과하게 넓어진 미간이 바로 그 증거이죠.
또한 그것으로 신비감과 혐오감이 동시에 연출되는 것을 노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로봇공학이나 3d 영상미디어 제작 등에서 등장하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연상시키더군요.
로봇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것을 사람들은 비인간형 로봇보다 더욱 혐오한다는 연구 결과에서 유래한 명칭인데, 사실 구태여 미간이 아니더라도 이련 요소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유독 사람의 얼굴 비례, 특히 눈과 미간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스플라이스>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무서운 아름다움"이란 건, 어떻게 보면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과 신비함, 그리고 이와 공존하는 혐오감이나 불쾌감 등을 말이죠.
과학 영역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인간의 심리 등 여러 모로 생각해 볼 게 많은 복잡한 소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