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헌트 시리즈 - 미디어 내에서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와 그 범위에 대한 고찰
2020.07.07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GTA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로도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 사의 작품 <맨헌트> 시리즈입니다.
본래 맨헌트란 단어는 위험한 지명수배자나 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고, 시민의 제보를 받는 등 포위망을 좁히는 활동을 총칭하는 경찰 용어지만, 본 작품에서는 이를 직역하여 인간 사냥이라는 의미로 내세워, 철저히 폭력성과 잔인함, 그리고 범죄에만 초점을 둔 게임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작사는 GTA 시리즈가 발매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게임 내의 폭력성과 범죄를 동반한 컨텐츠들로 인해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락스타의 사장 샘 하우저(1971~현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게임 내에서의 폭력성과 범죄, 잔인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2003년, 맨헌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맨헌트>가 탄생하였습니다.
물론 언론과 게이머들의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고 오락소프트웨어등급 위원회(ESRB : Entertainmemts Software Ratimg Board) 에서도 오직 그 폭력성만으로 일반적인 포르노와 같은 취급을 받는 심의거부/청소년 이용불가에 해당하는 AO(Adults Only)등급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2019년 기준으로 폭력성으로 인해 AO등급을 받은 게임은 3개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저는 이에 질세라 2007년, 맨헌트 시리즈의 후속작인 <맨헌트2>를 보란듯이 내놓습니다.
그리고 발매 직후 논란이 더더욱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게임이 폭력적이면 대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을까 궁금해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쇄살인마이자 4급 수배범인 <맨헌트> 의 주인공 제임스 얼 캐시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약물주사형에 처해지지만, 모종의 이유로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포르노 업계의 대부인 리오넬 스타크웨더가 그를 거두었으며, 스타크웨더는 캐시를 살려 준 것을 내세워 캐시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바로 자신이 매수한 도시 내에서 스너프 필름 (자살이나 살인을 촬영한 영상) 을 제작하기 위해, 도시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라는 것이었죠.
캐시는 스타크웨더의 음모를 파헤치며 도시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죽이다, 결국 자신 역시 이용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결국 스타크웨더까지 죽이고 도시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이야기는 끝나죠.
게임 내에서는 실제 사람을 묘사한 캐릭터들이 서로를 잔인하게 해치는 모습이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2003년 작품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직접 다가오는 잔혹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모션이나 사운드 등의 연출만큼은 절대로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있을 법한 모습으로 세밀하게 연출하고 있죠.
둔기로 사람 머리를 산산조각내는 것은 물론이고, 비닐봉투를 사람 머리에 씌워 질식사를 시키거나, 정육점 고기칼로 사람 목을 썰어 분리하기도 합니다.
후속작인 <맨헌트2> 에서는 자각이나 기억이 없는 완벽한 인간 병기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는 이중인격을 만드는 실험 <피크맨 프로젝트>가 실시됩니다.
그 연구원 중 하나이자 주인공인 다니엘 램 박사(좌)는, 자신의 몸에 살인마의 인격 "레오 캐스퍼(우)" 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나, 실험은 실패하여 다니엘과 레오는 서로를 의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다니엘의 몸에 깃든 레오의 인격은 통제할 수 없었고, 레오는 실험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니엘의 몸을 차지하려 하죠.
플레이어는 다니엘이 되어 레오에게 맞서서 다니엘 램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레오에게 패배하여 살인마 레오로서 각성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맨헌트2는 2003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간 만큼 그래픽의 품질도 조금 올라간 데다 전작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은 잔혹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전작의 연출을 대부분 계승하는 것은 물론이요, 더더욱 잔인한 연출이 추가되기까지 했습니다.
면도칼로 사람 몸에 마구잡이로 시뻘건 줄을 긋고, 플라이어로 사람의 뒷목 생살을 잡아뜯기도 하며, 심지어는 정원용 가위를 등에 찔러넣어 척추를 끊어버리기까지 하죠.
맨헌트 시리즈는 심각한 유혈과 신체훼손, 폭력, 게임 내의 거친 욕설. 그리고 2에서는 이에 인체실험과 마약, 성적인 묘사까지 제한적으로 추가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수입이 금지되기까지 했으며,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마져 이런 작품을 왜 내놓았냐며 비판할 정도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지만 락스타는 이를 되받아 치기라도 하듯, 2019년 연말에 새 시리즈인 <맨헌트3>의 트레일러 영상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시리즈에 대한 영상과 발매 여부는 끝내 루머로 밝혀졌으나, 이마저도 논란의 여지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제아무리 청소년 이용불가라 해도 플레이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위 때문에 플레이어들과 언론에서 적잖이 화제가 된 것이 그 이유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장르나 수위의 조절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 컨텐츠의 표현력을 올리고 작품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극단적인 소재의 작품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듭니다.
미디어 컨텐츠들에 대한 검열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 볼 여지가 있으며, 그 기준 역시 또 다른 희대의 난제라는 생각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