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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드(Braid) - 조작된 시간 속에서 보는 목표 의식에 대한 경고
2008년 8월 6일 출시된, 조나단 블로우가 만든 인디게임인 브레이드(Braid) 입니다.
2008년 최고의 인디게임으로 선정되었으며, 타임지에서 선정한 50가지의 게임 중 하나로도 꼽혔습니다.
Braid라는 단어는 꼬여 있다는 뜻과 동시에 땋은 머리를 의미합니다.
몬스터를 점프밟기로 처리하며 주인공 팀이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내용에서, 슈퍼마리오와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지만, 슈퍼마리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토리라인과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부분들 때문에, 아직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많은 해석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작품이죠.
또한 여기서는 <시간 조작>이라는 요소를 아주 훌륭하게 활용하여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만든 것이 포인트인데, 플레이어의 실수로 게임에서 죽는 위기에 놓이더라도 시간조작을 하여 다시 죽기 직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가이드를 해 주기 때문에 게임 오버가 없는 것 또한 큰 특장입니다.
애초에 트레일러 자체에서도 시간을 되돌린다면 무엇을 하겠냐고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이는 개발자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콘셉트임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트레일러와 함께 그 줄거리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도록 하죠.

또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주인공이 어째서, 흔히 공주를 구하기 위해 등장하는 용사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이 또한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의구심을 심어주죠.

-공주와 기사
주인공 팀은 장애물들을 헤쳐 나가고, 시간을 조작하며, 기사로부터 공주를 구출해야 합니다.


스테이지들은 전체적으로 슈퍼마리오의 아류 게임같지만 어려운 컨트롤을 요구하는 퍼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 조작 능력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식은 죽 먹기가 되어버리는데요, 이는 브레이드가 여타 아케이드 게임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죠.





점점 게임의 분위기는 기괴하게 변해가죠.




각 스테이지의 출구에 도달할 때마다, 이렇게 봉제인형처럼 생긴 공룡이 등장하며,
"안타깝지만 공주는 다른 성에 있어요." 라는 말을 시작으로, 계속 팀과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왜 공주를 구해야하죠?
공주에 집착하는것은 아닐까요?
공주는 정말로 당신에게 구원되기를 원하나요?
어떤 공주인가요?
공주는 존재하나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플레이어는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회의감에 빠지며 목표는 점점 흐릿해지면서, 모든 것이 꼬여 있다는 것(Braid)을 깨닫게 됩니다.


각 월드에서 모은 퍼즐을 완성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하나씩 생기게 됩니다. 모든 퍼즐을 완성하면 맨 위의 방을 통해 월드 1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월드 1에서는 팀을 제외한 모든 것과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포에서 발사되어 움직이다 가시에 떨어져 죽은 후 화면 밖으로 사라지던 몬스터들은,화면 밖에서부터 다시 가시에 닿고 살아나며, 연기와 함께 대포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죠.
심지어 배경도 거꾸로 움직이고 있고, 배경음악도 역재생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테이지도 1-4부터 시작하여 1-3, 1-2, 1-1 순으로 진행되죠.
그렇게 월드 1을 클리어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은 팀의 여정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되고, 이것이 노말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공주가 기사로부터 도망치고 팀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쫓아다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월드 1-1의 마지막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그 진실을 알 수 있는데, 공주가 팀이 따라 올 수 있게 앞의 장애물을 치우고 공주의 집으로 도망치는 것은 사실 공주가 팀으로부터 도망치며 장애물로 팀을 가로막으려 하고, 결국에는 기사에 의해 구조되는 것이라는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월드 1은 팀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거꾸로 간다는 것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죠.
그리고 에필로그.


에필로그 스테이지에는 적이 따로 등장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녹색의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노멀 엔딩을 본 이후 에필로그 스테이지에 들어서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붉은색 책이 등장합니다.
이제까지와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초록색 책과 달리 붉은색 책을 읽으면 숨겨진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시간 조작을 이용해 빨간 책을 펴둔 상태에서 팀이 탑에 몸을 숨기면 여성의 노곡조와 함께 숨겨진 내용이 드러나죠.
그곳엔 각각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녹색 글씨는 녹색 책의 내용, 붉은색 글씨는 붉은색 책의 내용)
소년은 소녀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는 그녀를 보호할 것이고, 그들은 거짓과 의혹에 맞서며 이 답답한 성을 탈출해 자유로운 삶을 얻을 것입니다.
소년은 소녀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그에게 기댈 수 있도록 그녀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맨해튼의 무심한 군중 속을 함께 걸어갔습니다. 수많은 행인으로 혼잡한 길을 따라 그들은 카날 거리의 지하철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어깨에 걸친 그의 팔은 무거웠고 그녀의 목을 옥죄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 터무니없는 욕망 때문에 날 힘들게 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길도 틀렸는데 왜 나까지 데려가려는 거지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였다면 그녀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그만 잡아끌어요! 아프잖아요!"
그는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그는 추측하고 추론하며 떨어지는 사과와 실에 매달린 쇠구슬의 뒤틀림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그는 공주를 찾고 있었습니다. 갈망에 사로잡힌 그는 그녀를 찾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생쥐를 토막 내어 뇌를 연구했고, 탈수 상태가 된 원숭이의 두개골에 텅스텐 막대를 심었습니다.
그녀는 유령 같은 형체로 그의 앞에 서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난 여기 있어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난 여기 있다고요. 당신을 만지고 싶어요. 날 바라봐 줘요!" 그녀는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사물의 겉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떨어지는 사과와 실에 매달린 쇠구슬의 뒤틀림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단서를 바탕으로 공주를 찾아내고 그녀를 만나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연구할 것입니다. 어느 날 밤, 유난히도 치열했던 작업을 마친 그는 사막의 벙커에 앉아 보호경을 눈에 대고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이 고요하던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전 우주가 한 점으로 수축하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땅이 열리고, 하늘이 쪼개지는 듯한 광경이었습니다. 마치 우주의 탄생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곁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해냈어." 곁에 있던 또 다른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린 이제 모두 개새끼들이야."
그녀는 높고 웅장하게 치솟으며, 분노를 뿜어내었습니다. 마치 "누가 감히 나의 잠을 깨우느냐!"라고 외치는 듯한 강렬한 분노를 쏟아낸 후, 이내 아래로 가라앉으며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마치 한숨과도 같은 부드러운 입김을 내쉬자 잿더미는 바람을 타고 펴졌습니다.
그녀는 그가 대체 왜 이 세상의 멸망과 그렇게 가까워지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탕 가게였습니다. 그가 바라던 모든 것이 유리창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가게는 밝은 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곳에서 풍기는 향기는 그를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장 문으로 달려들고, 아니, 유리창 가까이에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강한 힘으로 그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왜 그를 잡아두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거친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이전에도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그가 내지르는 고함과 비명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녀를 멈추게 하려고 그녀의 땋은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해시키기에 그는 아직 어렸습니다.
그녀는 그를 안아 올렸습니다. "안 돼, 아가야." 그녀가 말했습니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 유리창 너머에 놓인 물건을 바라보았습니다. 초콜릿 막대와 자기 단극, 존재의 기원과 윤리 수학,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아가야, 네가 나중에 더 크면 가자." 그녀는 그렇게 속삭이며 그를 내려놓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중에 네가 더 크면 말이야."
그날 이후로도 그녀는 그전과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길을 갈 때는 그 사탕 가게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만큼 혼란스러웠을 때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그는 모든 일을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순간들이 마치 돌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가장 가까운 바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위를 쓰다듬습니다. 그의 손에 매끄러운, 그리고 약간 차가운 감촉이 전해집니다.
그는 돌의 무게를 가늠해 보고 이 돌과 다른 돌을 들어올릴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제 이 바위들로 기반을 만들고 축대를 쌓아 성을 지을 수 있습니다.
적절한 크기의 성을 지으려면 엄청나게 많은 바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엔딩에서 내포된 의미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과학자인 팀은 오랜 세월동안 밝혀지지 않은 강한 힘(공주)을 쫓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발견들을 하지만, 확실한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포기하려 하지 않았죠. 그는 자기사고 실험과 연구를 밀어 붙이고, 마침내 맨해튼 계획에서 그 끔찍한 결과-공주를 깨운 결과-를 보고야 맙니다("그녀는 높고 웅장하게 치솟으며, 분노를 뿜어내었습니다"). 실망하고 절망했지만, 이를 통해 성장한 팀은 공주를 잊고 자기의 지나간 경험을 벽돌삼아 그가 찾아온 공주의 성이 아닌, 자신만의 성을 쌓기로 결심합니다.
개발자 조나단 블로우는 일부러 이야기를 모호하게 만들었으며 게임을 만든 자신조차도 한 가지 이야기로 정해서 명확히 게임을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플레이한 사람에 따라 시점을 바꾸면 진실이 드러난다는 단순한 해석에서부터 비디오 게임의 본질과 플레이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 등등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표면적인 해석 역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넓게 해석해 달라는 제작자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표면적으로 '핵 기술 개발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는데,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연출들 때문이었죠.
브레이드의 발매일은 8월 6일이었습니다.
그리고 8월 6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이기 때문이죠.


팀의 오른쪽에 있는 양철 우체통에는 6980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이 6980이 뜻하는 것은 국제표준화규격 중 하나인 ISO6980 입니다.
이 국제표준은 방사능과 관련이 있는 표준어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책을 읽다보면 중간에 인용된 문구 하나가 있습니다. '우린 이제 모두 개새끼들이야. (원문 : Now we are all sons of bitches.)'라는 부분인데, 이는 핵 개발 프로젝트로도 유명한 맨해튼 계획의 참가자 중 하나였던, 케네스 베인브리지가 원자폭탄 실험 직후 한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게임상의 스테이지 중에는 8개의 숨겨진 별이 존재합니다. 그 입수법은 사실상 자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공략법을 봐도 획득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난이도를 보여주죠.
심지어 어떤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2시간을 기다려야 획득할 수 있으며, 어떤 별은 얻기 위해서는 게임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획득한 별은 메인 메뉴의 배경에 하나씩 나타나게 됩니다.
여덟 개의 별 중에서 일곱 개를 모으는 데 성공하면, 월드 1의 일부가 약간 변경되어 또 다른 엔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일곱 개의 별을 모은 후 월드 1로 진입하면, 장애물의 패턴이 바뀌고 공주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접근하는 데 성공하게 되면 공주의 위치가 이리저리 번쩍이며 바뀌기 시작하더니, 점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이 사라지며 팀 홀로 남게 되면, 공주의 침대가 있던 곳에서 여덟번째 별을 획득하게 되고, 월드 1에서 나와 처음 게임을 시작하던 위치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여덟 개의 별이 모여있는 별자리는 사슬에 묶인 공주의 모습으로 변하죠.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더 이상 시간 조작을 할수 없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모호하게 끝납니다.
사실 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을 의미하는 것은 단지 이 게임의 극히 표면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였던 블로우는 이 게임의 스토리와 의미 해석을 굉장히 모호하게 만들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현재까지도 각국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며 여러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표면적인 해석을 정리해 보자면,
팀이라는 과학자가 있었으며, 이 사람은 맨허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물리학을 공부하며 지식을 쌓았고, 명성을 쌓아 나갔습니다. 그는 진리를 탐구해 나갔으며,
하나씩 세상의 진리, 비밀들(공주)을 파헤쳐 나갔습니다.
그러다 핵분열에 대한 발상을 하게 되었고, 몇몇 과학자들이 모여 이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들은 성공하여 공주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공주는 지극히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이었죠.
결국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게 되고, 팀은 충격에 빠집니다.
노말 엔딩에서 팀이 공주를 쫓으나 공주는 팀으로부터 도망치고 결국 기사에게 구조된다는 점과, 게임을 시작했을 때 볼 수 있는 불바다가 된 배경으로 미루어 보아, 기사가 원자폭탄을 투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 엔딩에서 팀이 공주와 접촉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폭발해 버린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팀이 원자폭탄을 터트린거나 마찬가지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의 중요 컨텐츠인 시간 조작은 팀이 그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이외에도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 브레이드라는 게임이 표면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블로우의 말을 생각해 보면 이는 굉장히 추상적인 삼라만상에 대한 고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철학적이면서도 난해하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뚜렷한 의미를 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물론 이것은 철학도로서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표면적인 것에만 의존하다보면 이 난해한 작품 속에 내포된 여러 가지 의미를 넓게 해석할 수 없으리라 저는 감히 당부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진실을 찾고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로지 숨겨진 진실, 진리를. 즉, 공주를 찾기 위해서요.
<브레이드>라는 게임의 결말을 짓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한 진실을 비유적으로 알려주며 플레이어들에게도 반전을 선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끊임없이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게임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아직도 계속되는 논쟁이 바로 그 증거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가 따르더라도, 우리가 사는 동안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손에 한 개의 돌멩이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돌멩이를 무엇에 쓸 수 있을까요?
이 돌멩이로 우리는 누군가의 두개골을 내리쳐 죽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이걸로 곡식을 갈거나, 데워서 요리의 도구로 쓸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돌멩이에 화려한 물감을 칠하거나 조각을 하여 화려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것을 시멘트와 모래, 물과 섞어 훌륭한 건물 하나를 만들어 도시의 일부분으로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떻게 사용한 돌멩이라 해도, 결국 세월이 지나면 풍화되며 먼지가 될 것입니다.
결국 모든 건 먼지가 되어 버리죠. 자연도, 인간도, 다른 모든 것도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렇게 먼지가 되기 전의 우리는 바로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어떤 결과가 따르더라도 진리를 탐구하려는 인간의 모습과 상상 이상으로 참혹한 결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의 투영체가 바로 <브레이드>의 주인공 <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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