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마인드/418번 환자 - 참전군인의 PTSD를 통해 보는 전쟁론의 재해석

2022.06.23
전편에서 다룬 네버마인드를 이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다루게 될 환자는 첫 스테이지에서 조우한 251번 환자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경우 조우할 수 있는 418번 환자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와 정보는 전편 글을 참조하시길 바라며, 바로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전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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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naver.com/philosophyandtalk/1966

 


 

418번 환자

일련의 사건 후 연구소에 수용된 노숙자입니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며, 공격성을 보입니다.

트라우마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환자입니다. 정신 조사 전의 기존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검사 이전 환자의 진술

언젠가 나와 함께 지옥에 갈 겁니다!

난 괴물이에요.

아니... 아니야. 괴물은 그 사람들이에요.

다들 날 재수없게 여겨요. 하지만 정말 재수 없는 건 그 인간들이죠. 그 사람들이 늘어놓는, 전화가 끊어졌다거나 천의 실이 몇가닥인지 센다든가 하는 것들요.

세고... 세고... 세고...

실수를 세고... 실수를 세고... 실수에는 피가 묻어 있어요.

내 실수... 내 피가 아니야... 내 피가 아니야... 왜 내 피가 아니죠?

난 세상을 구하지 않았어요. 도대체 무슨 망할 놈의 세상을 구해야 하는 거죠?

이번 스테이지의 시작은 극히 평범한 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부유한 도시의 모습이라기보단 마치 슬럼가를 연상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페이즈에서는 점프스케어나 공포심을 부각시킬 만한 요소가 딱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쓰레기통 속에서 깡통을 발견해 주울 수 있는 상호작용 요소만이 존재합니다.

캔 재활용 부스입니다.

한국에서는 흔한 기기는 아니지만, 미국 등의 번화한 해외 거리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기기로, 캔 재활용을 위해 깡통을 따로 모을 수 있는 일종의 분리수거함이며, 캔을 넣을 때마다 동전 하나를 줌으로서,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동전 획득

동전을 분수대에 던질 수 있습니다.

미래를 불 속에 던져라, 그리고 새롭게 돌아오라

이는 MMA 선수 마이클 챈들러의 명언을 인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최악의 경우 패배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불 속에 던져라.

승리의 전율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Throw yourself into the fire so at worst you can feel the agony of defeat,

but at best you will feel the thrill of victory while daring greatly.

동전을 분수대에 던지자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전쟁의 참상을 묘사한 듯한 이미지들이 주마등처럼 출력됩니다.

이번 의뢰인의 트라우마는 전쟁터와 연관된 것이며, 거리에 떨어진 것은 아무래도 포탄이었던 것 같군요.

그리고 환자의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듯, 초토화된 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건물과 거리 곳곳에 보이는 기괴한 마네킹과 그 팔은 덤

불에 그슬린 마네킹들이 보입니다. 마네킹에 접근하면 플레이어에게 데미지를 주면서 잡음과 함께 플레이어(혹은 의뢰인으로 찾아온 환자)를 비난하는 듯한 말투가 쏟아집니다.

그리고 필드에서 하나둘씩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거리의 네온간판에서 출력되는 비난의 메시지

표지판의 빈 공간을 화살표 모양으로 만들면 열리는 문 형태의 퍼즐

문을 열자 귀신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귀신들은 딱히 플레이어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으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내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계속 필드에서 보이는 불에 그슬린 마네킹들

죽어라, 꿈꾸어라, 반복하라.

영어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언 중 하나인 Dream, Believe, Do, Repeat를 비틀어 놓은 듯한 문구로 추정됩니다.

3, 6, 5라는 비밀번호를 의미하는 오브젝트

3마리의 쥐 시체, 6개의 술병, 그리고 5개의 주사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이번엔 약상자를 든 마네킹들이 보입니다.

약에 접근하자 마치 마약을 복용한 듯한 카메라 흔들림 연출을 보여줍니다.

 

마약으로 인해 배경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혹은 의뢰인)을 비난하는 간판 속의 메시지.

그리고 필드에서 보이는 더 많은 단서들.

다른 단서를 찾아 필드 안의 건물로 진입하자, 마약의 후유증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뒤틀린 복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을 열려고 하지만 참호를 만들 때 쓰는 사대 더미에 가로막혀 더 이상 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보여주더니,

끝없는 계단과 함께 등장하는 수많은 귀신들.

귀신들은 여전히 플레이어에게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사대가 문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건물에서 탈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다다르지만, 웬 퍼즐 하나가 가로막고 있군요.

버튼을 누르면, 누른 버튼의 상하좌우에 위치한 다른 버튼의 불이 켜지거나 꺼지는 방식의 퍼즐로, 모든 버튼의 불을 켜거나 꺼야 합니다.

모두 켜서 완료.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또 다른 단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며 방금 전의 계단과 귀신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납니다.

떨어지자 도착한 곳은 바로 방금 전의 마약 상자를 들고 있던 마네킹들이 있던 곳.

이곳에서 나가 다른 단서를 찾아봅시다.

다시 평범한 시내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불에 그슬린 마네킹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시 쓰레기통을 뒤져 보니 이번에는 구급 상자가 보이는군요.

상자 안에는 대검이 들어 있었습니다.

대검을 들고 바닥에 누워 있는 상처투성이 마네킹의 손을 찌르자, 마네킹이 입에서 웬 토큰을 토해냅니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는 보이지 않던 놀이동산의 입구

토큰을 입장료로 지불해 놀이동산에 들어갑니다. 여전히 입구 복도는 마약의 영향을 받기라도 한듯, 뒤틀려 있군요.

필드에서 계속 볼 수 있는 마네킹이 배치된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범한 놀이동산의 모습

그리고 놀이동산에 있는 오늘의 운세를 연상케 하는 게임기에서 출력되는 메시지.

여전히 플레이어에게 맹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롤러코스터에 접근하자, 탑승자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화면에 핏자국이 맺힙니다.

마치 전장의 아수라장과 민간인들의 아비규환을 묘사하듯이 말이죠.

놀이동산 역시 기괴한 모습과 귀신이 가득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다급한 무전 소리와 총성이 계속해서 플레이어의 귓가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전쟁터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롤러코스터에 탄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인해 재발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전쟁터에서 표적을 놓치면, 순식간에 자기 자신이 표적이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군인의 숙명.

그리고 전쟁터에서 생기는 트라우마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메시지를 모두 출력한 점쟁이 게임기가 폭발하면서, 다시 한번 놀이동산의 모습이 바뀝니다.

전쟁터에서의 실패의 대가는 곧 죽음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시뻘건 해골의 컷신이 출력됩니다.

마지막으로 전쟁터의 참상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피범벅된 놀이동산이 보이는군요.

회전목마에도 목마 대신 마네킹이 봉에 꿰뚫린 채로 매달려 있습니다.

겁먹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면 마지막 단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군인들이 자기 자신과 아군이 곧 선이요, 적들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전쟁터에 뛰어들지만

사실 전쟁터에서 조우하는 적들도 결국에는 평범한 인간이고, 병사임을 깨달을 때 이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이것이 전쟁터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드는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참전군인들의 인터뷰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죠.

모든 단서를 모으자 플레이어를 구출하러 오는 듯한 헬기 소리와 함께, 스테이지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필드가 사대 방벽으로 봉인되어 더 이상 필드를 둘러볼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전편과 마찬가지로 모아 놓은 열 개의 단서 중 다섯 개의 진실을 찾아서 올바른 순서대로 배열해 봅시다.

역시 다섯 개는 진실, 나머지 다섯 개는 거짓.

- 부모님은 한 번도 날 이해해준 적이 없습니다. (FALSE)

-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파괴해야할지, 그걸 잊어버렸다. 좋았던 기억도, 안전하다고 느낀 기억도 없다. (TRUE)

- 난 어딘가 이상했다. 나는 정상이 아니었다. (FALSE)

- 하지만 뭔가를 구하려면 다른 뭔가를 부숴야 할 때도 있다. (TRUE)

- 난 늘 자기혐오와 불신에 시달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그것들에 목소리를, 힘을 주었다. (TRUE)

- 난 가끔 재미로 벌레를 해부했다. (FALSE)

- 그것들은 그저 한 번으로 그치는 노래를 부른 게 아니다. 수백 개의 속삭임이 만드는 흥얼거림, 그런 거였다.

난 늘 그 것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내가 절대 집에 갈 수 없다고 했다. (TRUE)

- 그것들은 증오로 가득한, 성난 사람들이었다. (FALSE)

- 난 십 대 때부터 그것들을 썼다. (FALSE)

- 나는 용사였다. 세상을 구하고 싶었다. (TRUE)

그리고 또다시 밝혀지는 진실.

참전군인이었던 의뢰인은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여가면서 점차 인간성이 무너져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혼령이 보이는 환각과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이 계속되었고 이를 잊고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어느날 어떤 놀이동산에 입장했다가 롤러코스터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전장에서 울려퍼지던 비명소리를 연상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체포되어 연구소에 수용된 거였죠.

그리고 의뢰인을 괴롭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뉴로스탤지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번 스테이지에서 다루어진 소재는 PTSD의 일종인 전투전 증후군입니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장병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 상황과 똑같이 느끼고 행동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죠.

오늘날의 전쟁터에서는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연속적으로 전투를 강요받는 경우가 다반사가 됩니다.

죽거나 다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물론이요, 총성과 폭발로 만들어지는 굉음, 그리고 전우의 사망 등 불안과 공포, 그리고 좌절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차고 넘칩니다.

그리고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과 함께 발생하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투는 병사의 심신 모두를 피폐해지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죠.

이를 군사학적 용어로 전투전 증후군이라고 하며, 정신적으로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 심지어는 기행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주된 특징입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감, 불면증, 악몽, 죄책감, 신경질 등을 유발하기도 하며, 이것이 몸의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 역시 다반사입니다.

또한, PTSD를 겪고 있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바로 폐인이 되거나 24시간 내내 공포에 떨면서 지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가시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를 판단해 치료하는 것 또한 몹시 어려운 과제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의 군영에서는 병사들이 이에 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밤에는 안정제를 복용하거나,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월남전 참전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악몽 때문에 신경정신과나 종교 시설을 방문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으며, 자살이나 자살미수로 이어지는 일도 흔히 보이는 사례임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한국전쟁이나 월남전을 생각해보면, 남한인들에게 있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조국수호를 위한 전쟁이요, 월남전 역시 반공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있었지만, 그 애국심이나 애향심도 PTSD 자체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쟁으로 인한 PTSD는 심리학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에게도 정신질환의 발생여지가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사례이며, 정신질환의 대상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간 전체로 확장되어 연구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서양철학사에서 거론된 전쟁론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볼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국가 간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므로, 군주는 전쟁의 준비와 실행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현실의 다양하고 복잡한 측면을 자신의 이론 속에 포섭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홉스는 전쟁을 미화하거나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보지 않았으며,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국가의 등장을 통해 인간 사회의 안정과 역사적 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틀에서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 을 통해 전쟁을 제도적 차원에서 방지함으로서 세계 평화와 질서 유지를 꾀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세계시민권이라는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할 것과, 국가의 헌법이 공화주의에 입각해야 할 것임을 내세웠죠.

이는 오늘날의 인권, 민주주의 개념과 유사하며, 평화라는 인류 궁극적인 문제를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 한 사례로 꼽힙니다.

그리고 1920년 탄생한 국제 연맹의 이념을 통해 칸트의 영구평화론이 계승됩니다.

칸트에 이어 헤겔은 전쟁 상황에서 비전투원에 대한 공격 금지나 초토화 작전 금지 등의 국제법 존중을 강조했으며,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에서 발생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사건처럼 기존의 국제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생하는 대량살상무기의 사용이나 최근의 러우 전쟁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헤겔의 이상적인 이론이 오늘날의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인간과 사회 뿐만 아니라, 전쟁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것.

즉, 전쟁터와 그곳의 모든 것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습니다.

환경의 파괴와 오염은 기본이요, 자원과 물자의 낭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는 생태계와 인간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구성원이므로 이런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인간의 정신 세계 역시 그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서양 철학자들은 전쟁 현상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거나 거부한 것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국가 운영과 정치 활동 등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필요악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전쟁보다 평화가 더 좋다는 이상적인 탁상공론 대신, 역사 속에서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전쟁이라는 재앙이 또 벌어졌을 때, 이를 수습할 대책이 여러모로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기 바라며, 플라톤의 전쟁 명언과 함께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오직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다." - 플라톤

참고문헌 : 충남대 철학과 서영식 교수 논문

「서양 근대의 전쟁담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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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마인드/251번 환자 - 환자의 트라우마로 보는 라캉의 사상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2015년 발매된 Flying Mollusk 사의 PC게임 <네버마인드>입니다.

구매자들이 지불한 금액으로 추가적인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의 퍼즐/호러 인디 게임으로, 스팀을 사용하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게임을 구매하여 플레이해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식으로 한글자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주된 내용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환자의 정신세계를 탐험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업체 뉴로스탤지아 (Neurostalgia Institude) 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정신과 의사이자 뉴로스탤지아 사의 신임 정신탐험 요원이 되어 환자들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줄거리의 게임이 되시겠습니다.

2019년 기준 현재 튜토리얼을 제외한 4명의 환자가 업데이트되어있으며, 각자 다른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정신세계 속에 부여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리뷰할 대상은 튜토리얼을 마치고 플레이어들이 만날 수 있는 첫 환자인 251번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기 전 환자의 대한 간략한 정보와, 당사자의 짤막한 인터뷰가 출력된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

251번 환자

이 환자는 시선 공포증이 있으며, 어머니의 사망 후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사 이전 환자의 진술

음...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거나 상관없나요?

그래요... 음... 그러니까...

전 20년 동안 부동산 일을 했어요.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대학을 졸업했고요.

결혼은 한 적 없어요. 외동딸이고요.

늘 고양이를 좋아했어요. 하하...

교회는 질색이에요. 윽!

늘 혼자 지내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절 보는 시선이 정말 싫거든요. 특히 요즘에는 더 그래요.

솔직히... 뭐랄까, 몇 년 전까지는 저도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는... ... 그때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자기를 그냥 쳐다보는 기분 같은 거 느껴본 적 있어요? 방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전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거에요. 나한텐 말해주지 않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져요. 죄책감 같은 게 들고 막 화가 나요.

어릴 적에는 꽤 행복했던 것 같네요.

아빠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엄마 말로는 자동차 사고였대요. 전 기억은 안 나지만요. 제가 너무 어렸을 때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아빠랑 늘 직소 퍼즐을 맞추고 놀았어요.

아빠는 사업하시는 분이었고요. 늘 우리 집 돈 문제 얘기를 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랑은 사실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긴 하네요.

*웃음* 아... 엄마는 와인을 좋아했어요. *웃음*

아... 정말... 왜 이렇게 돼버린 건지 모르겠네요. 어릴 땐 아무 문제 없었는데...

인터뷰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의 목표는 환자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며 찾아낼 수 있는 그림 형태로 된 총 열 가지의 단서를 확보한 후, 그 중에서 진실된 단서 5개를 찾아내 순서에 맞게 배열하는 것입니다.

심각한 환자의 정신상태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는 집들

찻잔과 곰인형

청구서로 보이는 우체통의 편지

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의 심박을 감지하는 장비를 추가구매하여 플레이 하기 전 PC에 장착할 겅우 심박수가 올라갈 때마다 배경의 분위기가 더 무섭거나 기괴하게 변하는 바이오피드백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보려면 불을 꺼야 한다는 뜻의 메시지와 옆에 놓인 전등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계속 볼 수 있는 찻잔

우유/총/슬픔 을 의미하는 그림

(소, 총기 허가증, 그리고 초상화에서 지워진 부친의 얼굴)

이후 이 암호를 그대로 금고에 입력하면 또 하나의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방에 들어서자 갑자기 우유가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냉장고

냉장고를 열자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나고 아버지란 태그가 붙은 시체 가방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죽은 모양입니다.

수많은 시체 가방은 덤

이번엔 차고로 들어섭니다. 차고 뒤쪽에 또 길이 나 있고 차가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차도를 무사히 건너자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순간이동.

시끄러운 차량의 클랙슨 소리와 함께 "기억해 내(Figure it out)" 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립니다.

우여곡절 끝에 길을 찾자 보이는 기괴한 얼굴이 가득한 풍경과, 부친으로 보이는 권총자살한 남자의 시신이 그려진 그림.

심지어 이 얼굴들은 플레이어가 아무리 움직여도 동공의 시선을 플레이어에게 고정하고 있습니다.

단서를 찾아 탈출하자 이번에는 교회의 예배당이 보입니다.

그리고 예배당에 앉은 마네킹들의 시선 역시 플레이어를 향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원반에 찻잔을 집어다 붙이면

찻잔에 물이 담기며 원반이 회전을 하고, 원반 중앙의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부친의 시신이 담긴 관짝이 열리며 마지막 단서를 획득하죠.

그렇게 열 가지의 단서를 모두 모으면, 이제 마지막 단계인, 단서의 배열만이 남게 됩니다.

반은 진실, 그리고 반은 거짓.

게임 내의 단서 (5개는 진실, 5개는 거짓)

-난 차를 마시고 있었지. 그 날은 정말 더웠다! 엄청 목이 말랐던 기억이 난다! TRUE

-아빠와 아빠의 편지다. 우체부 아저씨가 새 편지를 가져 올 때면 아빠는 나랑 놀아주지 않으셨다. FALSE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는 갈아 만든 포도 주스였다. 냄새는 정말 최악이었다. FALSE

-어머니와 아버지는 거의 집에 있는 날이 없었다. 꽤 외로웠던 것 같다. FALSE

-엄마는 아빠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엄마는 몹시 슬퍼하셨다. 엄마는 내가 그 질문 하는 걸 싫어했다. FALSE

-내가 우유를 부으려 하고 있다. 내가 난장판을 만들어 놨다. TRUE

-아빠가 차를 몰고 출근할 때, 엄마는 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FALSE

-내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아빠는 주로 위층에서 일을 하셨다. 많이 화가 나신 게 아니라면 어쩌면 아빠가 나랑 퍼즐 놀이를 해주실지도 몰라. TRUE

-아빠가 뭘 드시는 거지? TRUE

-...(자살한 부친의 시신) TRUE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어린 시절의 환자는 당시 바깥 마당에서 티타임 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목이 말라 집으로 들어가 우유를 마시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수로 우유를 바닥에 쏟아버렸고, 어쩔 줄 몰랐던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샤워 중이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부탁하라며 그녀를 위층으로 올려보냈습니다.

그녀가 위층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던 순간, 그녀의 아버지는 총을 입에 물고 있었고 그녀를 바라본 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충격적인 사건을 보게 된 기억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어머니는 교통사고 이야기를 꾸며내어 사건의 모든 전말을 잊게 만들었지만, 환자의 무의식 속에서는 교통사고는 거짓이며 모든 전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순간 방어기제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녀의 시선공포증은 심해져갔으며, 그로 인해 플레이어를 찾은 것이었죠.

이 이야기를 라캉의 이론을 통해 해석해 보겠습니다.

1. 교회=자살을 금지하는 곳이므로, 교회를 사랑하게 된다면 반대로 아버지를 증오할 수밖에 없어서, 아버지를 증오하는 길을 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교회를 질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 사람들이 보는 시선은 곧 내가 나 자신을 보는 시선이요, 어릴 적 환자는 아버지의 자살(그리고 아버지의 시선)과 직면하게 되면서, 본환상이 형성되었는데 이때의 본환상이란 '아버지가 죽은 것은 나 때문이다.'라는 죄책감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죄책감은 지속적으로 '시선'이라는 단어에 달라붙고, 시선을 연상시키는 '사람들의 시선'을 환자가 피하고 혐오하게끔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웃음* 아... 엄마는 와인을 좋아했어요. *웃음*" 이 부분 또한 라캉의 '인간은 기표의 우연성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데, 와인은 포도로 만들며, 포도주스는 와인과 아버지의 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 중의 하나로도 볼 수 있습니다.

4. 환자는 그 당시의 기억을 잊은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설명에 의해 강제로 그 기억을 다른 식으로 '해석당하게' 조작된 것이며, 이는 어머니의 시선과도 상응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분노는, 당시의 진실에 대해 함구하도록 명령한 어머니의 시선에 대한 무의식적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망 감정은 어머니가 죽었으면, 그리고 어머니가 사라짐으로써 당시의 진실을 자유롭게 해석하여, 궁극적으로는 당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기억은 하지만, 그 기억의 무의식적 힘(실재계)로부터 벗어나고자 상징화하고자 하는) 환자의 근원적인 소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짐으로써 플레이어를 찾아온 것 또한 무의식적인 환자의 욕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디 라캉의 철학은 프랑스 철학답게 오리지날한 전문용어가 많고 이를 본 글에서 일일이 다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이론에 대한 설명은 배제하고 이렇게 비전공자들도 무리 없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서술하는 것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캉은 욕망의 근원이 개인의 결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주장했고, 그 결여로 인해 착각과 환상을 그리게 되고 그것을 염원, 소망, 혹은 몽상하는 것이 삶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을 향유라 하는데 이 향유라는 것은 착각이고 환상이기 때문에 완벽한 충족도 결여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어중간함을 극복하는 것이 라캉철학의 주된 목표요, 이를 위한 끊임없는 상황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죠.

<네버마인드>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프랑스철학을 전공했지만 주전공도 아닌데다 전공수업에서도 맛뵈기로만 가르쳤던 라캉에 대한 이야기와 연관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 글은 몇 번이고 쓰기를 망설일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진정이 되면 추후 다시 겨스님을 찾아뵌 후 관련된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또한 다른 에피소드에 대한 리뷰에 대해서도 꽤나 망설여지는 편입니다.

각기 다른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를 모두 같은 이론으로 명료하게 분석하는 것도 난제요, 게임 내에서의 구현된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꽤나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또 리뷰할 수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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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헌트 시리즈 - 미디어 내에서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와 그 범위에 대한 고찰


2020.07.07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GTA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로도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 사의 작품 <맨헌트> 시리즈입니다.

본래 맨헌트란 단어는 위험한 지명수배자나 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고, 시민의 제보를 받는 등 포위망을 좁히는 활동을 총칭하는 경찰 용어지만, 본 작품에서는 이를 직역하여 인간 사냥이라는 의미로 내세워, 철저히 폭력성과 잔인함, 그리고 범죄에만 초점을 둔 게임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작사는 GTA 시리즈가 발매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게임 내의 폭력성과 범죄를 동반한 컨텐츠들로 인해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락스타의 사장 샘 하우저(1971~현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게임 내에서의 폭력성과 범죄, 잔인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2003년, 맨헌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맨헌트>가 탄생하였습니다.

물론 언론과 게이머들의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고 오락소프트웨어등급 위원회(ESRB : Entertainmemts Software Ratimg Board) 에서도 오직 그 폭력성만으로 일반적인 포르노와 같은 취급을 받는 심의거부/청소년 이용불가에 해당하는 AO(Adults Only)등급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2019년 기준으로 폭력성으로 인해 AO등급을 받은 게임은 3개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저는 이에 질세라 2007년, 맨헌트 시리즈의 후속작인 <맨헌트2>를 보란듯이 내놓습니다.

그리고 발매 직후 논란이 더더욱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게임이 폭력적이면 대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을까 궁금해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쇄살인마이자 4급 수배범인 <맨헌트> 의 주인공 제임스 얼 캐시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약물주사형에 처해지지만, 모종의 이유로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포르노 업계의 대부인 리오넬 스타크웨더가 그를 거두었으며, 스타크웨더는 캐시를 살려 준 것을 내세워 캐시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바로 자신이 매수한 도시 내에서 스너프 필름 (자살이나 살인을 촬영한 영상) 을 제작하기 위해, 도시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라는 것이었죠.

캐시는 스타크웨더의 음모를 파헤치며 도시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죽이다, 결국 자신 역시 이용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결국 스타크웨더까지 죽이고 도시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이야기는 끝나죠.

 

게임 내에서는 실제 사람을 묘사한 캐릭터들이 서로를 잔인하게 해치는 모습이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2003년 작품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직접 다가오는 잔혹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모션이나 사운드 등의 연출만큼은 절대로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있을 법한 모습으로 세밀하게 연출하고 있죠.

둔기로 사람 머리를 산산조각내는 것은 물론이고, 비닐봉투를 사람 머리에 씌워 질식사를 시키거나, 정육점 고기칼로 사람 목을 썰어 분리하기도 합니다.

 

후속작인 <맨헌트2> 에서는 자각이나 기억이 없는 완벽한 인간 병기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는 이중인격을 만드는 실험 <피크맨 프로젝트>가 실시됩니다.

그 연구원 중 하나이자 주인공인 다니엘 램 박사(좌)는, 자신의 몸에 살인마의 인격 "레오 캐스퍼(우)" 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나, 실험은 실패하여 다니엘과 레오는 서로를 의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다니엘의 몸에 깃든 레오의 인격은 통제할 수 없었고, 레오는 실험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니엘의 몸을 차지하려 하죠.

플레이어는 다니엘이 되어 레오에게 맞서서 다니엘 램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레오에게 패배하여 살인마 레오로서 각성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맨헌트2는 2003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간 만큼 그래픽의 품질도 조금 올라간 데다 전작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은 잔혹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전작의 연출을 대부분 계승하는 것은 물론이요, 더더욱 잔인한 연출이 추가되기까지 했습니다.

면도칼로 사람 몸에 마구잡이로 시뻘건 줄을 긋고, 플라이어로 사람의 뒷목 생살을 잡아뜯기도 하며, 심지어는 정원용 가위를 등에 찔러넣어 척추를 끊어버리기까지 하죠.
 

 







맨헌트 시리즈는 심각한 유혈과 신체훼손, 폭력, 게임 내의 거친 욕설. 그리고 2에서는 이에 인체실험과 마약, 성적인 묘사까지 제한적으로 추가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수입이 금지되기까지 했으며,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마져 이런 작품을 왜 내놓았냐며 비판할 정도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지만 락스타는 이를 되받아 치기라도 하듯, 2019년 연말에 새 시리즈인 <맨헌트3>의 트레일러 영상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시리즈에 대한 영상과 발매 여부는 끝내 루머로 밝혀졌으나, 이마저도 논란의 여지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제아무리 청소년 이용불가라 해도 플레이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위 때문에 플레이어들과 언론에서 적잖이 화제가 된 것이 그 이유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장르나 수위의 조절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 컨텐츠의 표현력을 올리고 작품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 극단적인 소재의 작품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듭니다.

미디어 컨텐츠들에 대한 검열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 볼 여지가 있으며, 그 기준 역시 또 다른 희대의 난제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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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콜롬바인 대학살 RPG - 게임을 통해 기록하는 중범죄 이야기와 언론에 대한 질타

2020.04.01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영화감독 대니 레돈이 2005년 4월에 만든 <슈퍼 콜롬바인 대학살 RPG>라는 게임이 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주의 콜롬바인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주제로 제작한 인디게임이며, 이하의 홈페이지에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거나 다운로드를 할 수 있습니다.

http://www.columbinegame.com/

제작자 대니 레돈은 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으로서 아카이브 처리함과 동시에, 사건이 일어난 후 언론의 반응을 비판하고자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게임의 내용과 함께 설명해 나가도록 하죠.

 

게임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사건의 범인 에릭 해리스(우)와 딜런 클레볼드(좌) 가 되어 이들이 범죄 계획을 세우는 내용인 1부와, 사건을 거행하여 교내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2부, 그리고 사건 이후 자살하면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내용인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범행을 계획하기 위해 그들이 총기와 폭발물을 사들이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으며, 이들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범죄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스터에그 아이템으로 생전 그들이 좋아했던 가수 "마릴린 맨슨"의 앨범도 등장합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범행 과정을 게임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로 사건 내에서는 교사 1명과 학생 12명으로 총 1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게임적 허용을 통해 희생자들은 일체의 신상정보 언급이 없는 단순한 캐릭터로만 등장하며, RPG게임의 특성상 해리슨과 클레볼드가 이들을 죽이고 스코어와 경험치를 얻는 것으로 구상되어 있습니다.
희생자의 수가 늘어난 것은 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이 두 범인의 레벨을 충분히 올렸다고 판단할 경우 3부로 넘어갈 수 있는데, 여기서는 사건처럼 두 사람이 자살을 한 후 지옥으로 가서 지옥의 악마들과 맞붙는 내용을 다룹니다.

그리고 지옥과 악마들은 생전에 그들이 즐겨 했던 게임 둠(DOOM) 시리즈를 모티프로 하고 있죠.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즈음, 기자들은 이들의 폭력성과 범죄의 위협을 그들이 좋아했던 마릴린 맨슨과 둠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폭력적인 미디어 컨텐츠들이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이죠.

 

 

레돈은 사건을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을 통해 이러한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어했고, 더 나아가 해리스와 클레볼드의 범행 동기에 대해 파악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프로그래머 제이슨 로러가 이메일을 통해 해당 게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그 스크립트가 공개됩니다.
 

 

 

 

제이슨 로러 (이하 JR): 어떤 경유로 《콜럼바인 RPG!》를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대니 레돈 (이하 DL): RPG 만들기 2000을 발견하고 나서 이제 저도 비디오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한 달쯤 해보니 몇 달만 시간을 들이면 되겠다는 걸 알았고…그 시점에서 제게 물었습니다. “만약 비디오게임을 만든다면…어떤 걸 만들지?” 물론 콜럼바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콜로라도 주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제게 사건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은 점도 있죠. 그리고 한때 사건의 원인으로 비난 받았던 게임의 관습을 이용해 비평하는 게임을 만들 기회기 때문에, 완벽한 소재로 보였어요. 그래서 6개월간 제 컴퓨터 앞에서 무작정 시간을 보냈고, 나머지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펼쳐지는 상황대로입니다.

JR: 어디서 기본적인 구상이 나왔나요?

DL: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저는 언론에서 총격 사건의 원인을 아주 잘못 짚고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록 음악, 비디오게임)이 모두 공격받고 있었고 아무도 그걸 막지 못했습니다. 그건 마치 누가 가능한 잔혹하게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2과 《둠》(Doom)을 공격하는가를 경쟁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저녁 뉴스에서 말하는 진부한 의견에 대안을 이야기하곤 했죠. ‘콜럼바인!’ 뮤지컬, 콜럼바인 액션 피겨, 그리고, 예, 콜럼바인 비디오게임처럼요. 제 의견을 글로 표현하려고 학교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 목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학년 때는 글쓰기 과제에서 사건을 ‘콜럼바인 울타리 속 결판’이라고 칭했습니다. 채점자 중 두 명은 저를 낙제시켰지만, 세 번째 선생님은 두 선생님이 제 풍자를 잘못 이해했고 이 숙제는 확실히 모범이 된다고 지적해주셨죠…결국 만점을 받았습니다.)








사건을 음지로 밀어 넣고 악마화하는 것 대신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모호한 윤리성을 표현하는 열린 대화의 공간이 있었다면, 저는 이 게임을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키스 올버맨(Keith Olbermann)3이 최근 심야 쇼에서 제 마음을 울리는 말을 했어요.

“은폐하려고 하면 확인시켜줄 뿐입니다. 불법으로 만들면 호기심의 대상을 만듭니다. 말하지 말라고 하면 소리를 지릅니다.”

사건 7년 후인 2005년 4월 제가 인터넷으로 게임을 공개한 것은 ‘소리 지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목 끝에 느낌표를 붙였죠.


JR: 게임이 예술을 지향할 때, 우리는 어떻게 흥미로운 메커닉 같은 ‘게임플레이 요소’와 게임플레이가 아닌 콘텐츠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요?

DL: 저는《콜럼바인 RPG!》가 게임의 기준에서 ‘좋은 게임’이 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제가 《퀘이크 4》(Quake 4)를 만들려고 했다면 비참하게 실패했을 테죠. 저는 《콜럼바인 RPG!》가 전통적인 게임 메커닉에 대비될 때 효과가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마릴린 맨슨 CD를 장착해서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마피아를 위한 또 한 번의 승리” 같은 우스운 메시지를 출력하고, 《사우스 파크》(South Park)4에 나오는 사탄과 싸우는 것들 말이죠.

《콜럼바인 RPG!》는 절대 돈을 주고 살 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쓰레기고 몇 분을 내줄 가치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디오게이밍의 혁명입니다. 저는 키메라 같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콜럼바인 RPG!》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걸 가져갈 수 있습니다. 쓰레기든 보물이든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것이든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제가 한 것처럼 이런 일을 하느냐는 만드는 사람들에게 달렸습니다. 제가 걸은 길을 따라오지는 않길 바라요. 쉽지 않은 걸음이니까요. (저는 보통 사람이 평생 받게 될 증오를 담은 메일을 하루마다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제게 “당신은 내가 무슨 무슨 게임을 만들도록 영감을 주었다”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정말 멋진 일이죠. 제가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으로 이 게임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영화나 연극처럼 제게 긴장감을 주는 표현 수단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기회로 보일 겁니다.

JR: 당신은 《콜럼바인 RPG!》를 개념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했고,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를 노리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신의 게임에 대한 제 리뷰에서 저는 플레이하기 흥미로우면서 생각하기도 흥미로운 게임이 나오길 바랐습니다. 어떤 식으로 예술가의 메시지와 공명하는 메커닉을 상상해볼 수는 있는데요. 당신은 그런 게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나요?

 

 

 

 



DL: 저는 《9월 12일》(September 12th)5과 《다르푸르가 죽어간다》(Darfur is Dying)6 같은 게임이 메커닉이 게임의 메시지를 특징짓는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향을 계속 추구할 수 있죠. 모든 슈퍼히어로가 놀라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없듯, 모든 비디오게임 주인공이 전능한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의 《디스어펙티트》(Disaffected)7를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패미컴의 젤다 게임 ROM을 해킹해서 이름을 ‘상인의 전설’이라고 바꾸고 싶었어요. 그냥 동굴에 앉아 가끔 찾아오는 후드를 쓴 엘프에게 아이템을 파는 거죠.

한계는 하늘 높이라고 생각해요. 비디오게임이 전통 때문에 스스로 만든 경계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콜럼바인 RPG!》를 보고 “홀로코스트나 9/11에 대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라고 해도 잘못 짚은 거구요. 비디오게임은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진부한 방법으로도 완전히 독창적일 수 있습니다. 《콜럼바인 RPG!》의 진짜 목적은, 비디오게임의 한계를 시험하고…솔직히 많은 사람이 알만한 언짢은 기분을 느끼게 하려는 거였습니다. 이 매체가 언제 그 선배들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나요?

JR: 저는 리뷰에서 《콜럼바인 RPG!》가 무료 다운로드인 것도 언급했습니다. 왜 당신의 게임에 돈을 받지 않기로 했나요? 그 소스 코드를 공개할 계획이 있나요?

DL: 이건 돈과 관련된 일이 절대 아니었고…솔직히 제가 이 게임으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소송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이 게임은 완전히 무료이고, 열린 콘텐츠입니다. 어떤 식이냐면, 웹에서 많은 것을 취하고 종합해서 다시 웹으로 되돌리는 겁니다. 저는 인터넷을 아주 낙관적으로 바라봅니다. 돈은 참된 예술적 표현을 좀먹고 부패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무료여야 했습니다.

자, 모두 RPG 만들기 2000을 사용해서 《콜럼바인 RPG!》를 해킹하고 다시 만듭시다. 여기에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습니다.

당신이 탈출하는 아이인 버전.
당신이 트렌치코트를 입은 아이들을 죽이려는 경찰인 버전.
당신이 《콜럼바인 RPG!》를 다운로드하려는 아이를 막는 엄마인 버전으로 말이죠.

JR: 어떤 평자들은 비디오게임의 예술로서의 절정을 아케이드 게임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라고 봅니다. 그때를 돌아보면, 외로운 제작자나 아주 작은 팀이 아주 독창적인 게임(도나 베일리의 《센티페데》[Centipede]나 이와타니 토오루의 《팩 맨》 같은)을 만들었죠. 당신은 오늘날 업계를 대표하는 거대한 개발팀이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질 높은 콘텐츠가 어떻게든 이득이 될까요? 당신처럼 외로운 개발자들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요?









DL: 새해에 친구가 《메탈 기어 솔리드 3》(Metal Gear Solid 3)를 6시간에 걸쳐 플레이하는 걸 봤습니다. 그 게임에는 영화적인 초현실주의 수준의 장엄함이 담겨 있었죠. 말하자면, 독립 영화제작자인 저로서는, 영화에서의 제 기본 철학이 게임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가주의’ 게임 개발자들도 제한된 자원으로 업계를 도약시키고 경계를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이 많습니다. 독립적으로 게임을 만든다는 건 타협이 그만큼 더 적다는 뜻이죠. 《콜럼바인 RPG!》에서 제가 타협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는 거의 그대로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업계의 전설 존 카맥(John Carmack)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보 시대에 경계라는 것은 없다. 장벽이란 스스로 부과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정말 새로운 것을 드러내 개발하고 싶다면, 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 없다. 냉장고에 쌓아둘 피자와 다이어트 콜라, 작업용의 저렴한 PC, 그리고 헌신만이 필요하다. 나는 바닥에서 잤다. 나는 걸어서 강을 건넜다."

카맥이 《둠》을 개발했을 때처럼 오늘날에도 이건 사실입니다. 메이저에서 발매되는 게임은 항상 PS3 같은 콘솔을 통해 걸러지지만, 인터넷은 저처럼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기 작업물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제 게임은 이런 자유로움이 업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로 비칠 수도 있을 테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게임이 다시 한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을 쓰는 게임들을 점점 더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 비디오게임》(McDonald's Viedo Game)8처럼 메이저 개발자들이 만들 수 없는 위대하고 작은 펑크록 같은 비디오게임들도 볼 수 있죠.

JR: 예술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하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당신은 어떻게 예술 작품과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구분하나요?

DL: 아, 이런. 교양과목이 제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먼저 확신에 찬 정의를 말해 드려야겠군요. 저는 ‘엔터테인먼트’가 예술의 하위범주라고 하겠습니다. 엘리트인 척하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는 《쥐라기 공원》이나 《콘 에어》도 ‘예술’로서의 최소한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모든 예술이, 그러니까 모든 비디오게임이 반드시 재미있고 즐거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예술은 우리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거나 죄책감이 들게 하거나, 완전히 낙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비디오게임 때문에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건 언제였나요? 왜죠?
그럼 여기에 정의가 있습니다. 예술은 청중과 나눌 수 있는 표현의 모든 형식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라고 하면 여기서 인터뷰를 끝내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니까, 여기서 그만 해야겠네요.

JR: 어떤 전자 게임이 예술적 성취의 절정이라고 생각하나요?






DL: 제가 어릴 적에 가장 좋아한 게임은 록맨 시리즈(저와 비슷한 키의 영웅이 등장했으니까요)입니다. 지금이라면 《둠》과 《파이널 판타지 6》가 제가 했던 게임 중에 거의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두 게임이 《콜럼바인 RPG!》에 큰 영향을 미쳤죠.) 그러고 보니 닌텐도 64 용 《골든아이 007》(GoldenEye 007)로 러시아인들을 죽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네요…흐음. 아직도 오락실을 찾아가 가끔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플레이하고…그리고 피자와 《스매시 브라더스 대난투》 만한 조합도 없지요.

제가 정말 특별하게 여겼던 두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46억 년 전 이야기》(EVO: Search for Eden)랑 《원더보이 인 몬스터월드》는 제가 자라면서 기막히게 좋아한 것들이고…《목장이야기》(Harvest Moon)에서도 뭔가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것 같고…그리고 아직도 매년 《X-Com》을 다시 플레이해요. 아, 그만 해야겠네요. 저는 정말 비디오게임을 사랑합니다.

JR: 그런 게임들이 왜 당신의 마음속에서 예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DL: 어떤 비디오게임이 왜 제게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거의 그걸 즐겼던 때의 제 삶의 순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영화, 책 아니면 CD에서 자신이 정말로 빠졌던 것에 대해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테죠.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처음으로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빠졌던 게임입니다. 아이들이 오락실에 줄 서서 제 앞에서 4달러 25센트씩 버리게 했죠. 그랬어요. 킥 볼 팀에 선발된 아이, 운동장에서 모두를 재미있게 만드는 아이, 4학년에서 가장 작은 아이까지요.

어떤 사람들은 비디오게임을 어린 시절을 고갈시키는 대단한 시간 낭비로 묘사하려고 하더군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했던 게임과 함께 게임을 했던 사람, 게임을 사려고 집안일을 했던 것과 관련해 좋은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비디오게임은 절대 저를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고 그걸 하느라 토요일 밤을 지새운 적도 없습니다. 소닉과 골든아이를 정말 잘할 수 있게 되면서 깨달았습니다. 뭐든 마음을 다해 시도하면 잘하게 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제 2007년 계획이 특기 하나 개발하는 겁니다. 무슨 특기로 할지 결정하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리겠지만…

출처 :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
 

 

 

 

 

해리슨과 클레볼드가 즐겨 했던 게임 둠 시리즈의 최신작 <둠 이터널>의 모습.(2020)

20세기 말부터 현재까지도 폭력적인 중범죄의 동기가 폭력적인 미디어 컨텐츠라는 소위 " 기레기" 언론인들의 논리적 오류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을 뿐더러,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요리를 하는 게임이 플레이어를 요리사로 키워주는 것도, 낚시를 하는 게임이 플레이어를 어부로 키워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지만 이 거짓부렁이 뉴스들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 뉴스에 영향을 받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타파하려면 아마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미디어 컨텐츠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장르와 수위가 어떻던 간에 모든 미디어 컨텐츠들이 모든 부정적인 행동의 동기로서 인식되거나 하는 일이 가능한 한 빨리 줄어들고, 끝내는 없어져서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을 날이 오기를 이 글을 통해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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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퀘스트 3030 - 인디게임 속에 이스터에그로 숨은 정체불명의 신흥종교가 꾸미는 음모

2020.02.26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013년 7월에 만들어진 인디게임 <카니예 퀘스트 3030> 되시겠습니다.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유명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를 소재로 한 게임이며, 정작 주인공으로 출연한 카니예 웨스트 본인에게는 딱히 허가를 받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게임은 아닌 듯 싶으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쉽게 게임을 다운받아 접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내용은 상당히 평범한 팬메이드 게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카니예가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도중 쓰레기통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포탈을 건드려 3030년으로 타임 슬립을 하게 되고,

 

 

3030년의 세계에 당도하게 됩니다.

 

3030년의 세계는 "BASEDGOD"라는 별명을 가진 래퍼 "Lil B"가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세계였고, 카니에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제이-지(Jay-Z), 에미넴, 스눕독, 투팍, 노토리어스 비아이쥐, 나스, 닥터 드레 등 명성이 높은 래퍼들의 클론을 동료로 맞아 팀을 꾸린 후 Lil B에게 맞서는 내용을 보여주죠

 

 

 

 

 

 

 

 

여기까지만 본다면 이 게임은 단순히 힙합을 사랑하는 팬들이 만들어낸 평범한 게임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 안에는 게임을 빙자한 정체불명의 음모가 숨어있었습니다.

바로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이스터에그였죠.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NPC에게 특정한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 ASCEND(승천) 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갑자기 게임의 내용과 배경이 변하면서 정체불명의 문구가 출력됩니다.

당신(플레이어)를 속여서 미안하며, 사실 이 게임은 이 게임 안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당신은 모종의 암호를 풀어 나가면서 ASCENSION(승천) 이라는 과정을 거쳐 나가야 한다.

라는 내용이었죠.

 

 

그렇게 이스터에그 속의 암호를 모두 푸는 데 성공하면, 플레이어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당신은 승천했습니다." 라는 엔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의 승천을 원할 시 출력되는 약관에 동의하고, 동의할 시 나오는 웹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기입하라는 문구가 뜨죠.

 

 

현재까지도 이 이스터에그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의 추측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 게임 속의 이스터에그가 바로 신흥 종교인 어센셔니즘(Ascensionism : 승천교/승천주의) 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센셔니즘은 2006년에 등장한 신흥 종교 중의 하나로, 인간의 유한한 육체로는 진리에 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수행을 통해 육신이라는 영혼의 감옥을 승천을 통해 벗어나 더 높은 단계의 존재가 되어 진리에 도달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을 교리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선행과 악행을 포함한 모든 행동이 결국 영혼이 그것을 행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감으로서 승천을 위한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이러한 정보와 플레이어들의 추측을 종합해 본다면, 이 게임은 유명한 래퍼들을 소재로 만든 팬메이드 게임의 탈을 쓰고 있는, 신흥종교 세력의 교리 설파와 구성원의 모집을 목적으로 한 홍보였다는 것이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설령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많은 플레이어들은 이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홍보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후 본 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게임 리스트에 추가되는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더불어, 그 와중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종교 "신천지"를 생각해 본다면, 신흥종교에 대해서 좀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런 미디어 컨텐츠 내에서도 그것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몸조리 잘 하시고, 알 수 없는 사이비 종교에 말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는 일상을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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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on - 게임 속에서의 무분별한 플레이어들의 행보에 대한 비판

2020.02.05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008년에 만들어진 네덜란드의 인디게임 제작자 제시 벤브룩스(Jesse Venbrux)의 게임 <Execution>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인디게임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단순하고 짧은 구조의 게임방식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프로그램으로, 의외로 심오한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용을 미리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의 행적이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짧은 내용과 문장 몇 개로 간략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이 묘미이죠.

거두절미하고 게임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경고문 비슷한 내용의 게임 안내가 스크린에 등장하게 됩니다.

"당신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릅니다."

"당신은 승리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옳은 선택을 하십시오."

 

설명이 끝나먼 마우스 커서는 타 FPS게임의 모습처럼 크로스헤어의 모습으로 변하고, 배경에서는 회전초가 굴러다니며, 사람 하나가 기둥에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마우스 클릭으로 사격이 가능해지지요.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게임이 저 기둥에 묶여 있는 사람을 쏘아 죽이는 내용의 게임인가 싶어 무차별적으로 사격을 감행하게 되고, 물론 저 사람은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뜨는 텍스트.

"당신은 패배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다시 시작됩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될 때의 텍스트의 내용은 변하죠.

"당신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릅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그리고 기둥에 묶여있던 사람은 여전히 죽은 채로 등장하기 시작하며, 게임 내에서 무슨 수를 써도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게임을 다시 실행하거나 시스템을 재부팅해도 말이죠.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바로

ESC를 눌러 게임을 종료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축하합니다!"

"당신이 승리했습니다."

라는 내용의 텍스트가 뜨며 게임이 종료되죠.

 

 

물론 컴퓨터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니만큼 레지스트리 파일을 건드려 죽어버린 남자를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해당 파일의 이름 역시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We can rivive him with this registry, but in real world, bringing back is impossible."

"우리는 이 레지스트리로 그를 되살릴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미지 - GTA시리즈의 제작자로 유명한 Rockstar Games 사의 작품 맨헌트(Manhunt) 시리즈.

현재까지도 출시되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은 게임 속의 세게관에서 주인공이 되어, 자신에게 반하는 대상을 척결하고 강해지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본 작품은 이러한 게임들의 양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과연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이 게임 속에서 하는 행동들이 과연 옳은 일일까? 라는 인상을 심어주죠.
 

위의 움짤로 볼 수 있는 게임 맨헌트 시리즈는 모종의 이유로 감옥에서 나온 중범죄자가 자신을 사면해 준 방송인이 제시한 스너프 필름(자살이나 살인, 강간 등의 가혹행위를 촬영한 비디오) 를 제작하라는 의뢰를 받아들여 주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척살하고 다니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성향의 게임은 소수겠지만 구태여 이런 하드코어한 컨텐츠가 아니라고 해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보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캐릭터 뒤에 사람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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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TOUS - 배니싱 트윈 현상과 키메라 신드롬을 통해 보는 윤리적인 인간의 조건

2019.11.24

오늘 다룰 작품은 오스틴 브리드(Austin Breed)가 만든 플래시 게임 <COVETOUS>입니다.

제목인 Covetous는 "탐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8비트로 제작된 단순한 연출과 쉬운 게임방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충분히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기괴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게임들> 중의 하나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키메라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요.

 

"배니싱 트윈" 현상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산모가 쌍둥이를 임신했으나, 두 태아 중 하나가 살아남을 가망이 없을 때, 약한 태아는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고, 모체나 다른 형제에게 흡수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키메라 증후군>은 이에서 파생되어, 죽은 형제를 흡수하여 자란 나머지 형제가 성장하여 이중인격이나 두 개의 유전자를 갖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사실, 게임의 내용으로 보면 키메라 증후군보다는 배니싱 트윈 현상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국내에서 이런 이름으로 퍼졌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그럼 게임의 내용을 차차 설명해 보도록 하죠.

 

죽은 후 형제의 몸으로 흡수된 주인공은 흰 점 모양의 세포로 시작하여 숙주의 몸 안을 조금씩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는 녹색 오브젝트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점점 성장하며 더 많은 부분을 먹기 시작하죠.

 

그리고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다가...

 

충분히 성장하자 숙주의 몸을 찢고 나오려 하게 되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모습은 인간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숙주를 죽이고 태어날지, 혹은 그러지 않고 다시 목숨을 끊어 형제의 몸 안으로 흡수될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독백이 짤막한 텍스트로 출력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의미심장하죠.


 

어떤 기적으로 인해, 나는 또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

 

나는 내 형제의 몸 속에 남아 있던 잊혀진 세포였다.

 

내가 점점 두꺼워지고 덩어리져 가는 것이 느껴져. 내가 잃어버렸던 그 모습 그대로.

 

너무 배고프다.

 

성장하기 위해서 먹는다. 나는 내 무신경한 혈육이자 숙주를 계속 잡아먹어야 해.

 

대체 어떤 신이 나를 신장과 지방 속에 묻힌 채 죽도록 내버려 두었던 걸까.

 

사랑한다, 나의 형제, 자비로운 나의 숙주여.

 

다 처먹어주마 개돼지년아.

 

나는 부와 명예를 바라지 않았어. 결국 존재하기만을 바랐을 뿐이야.

 

(엔딩1. 숙주를 죽인 후 빠져나오지 않고 다시 자신이 죽음을 택하여 형제에게 흡수될 경우)

결국, 나는 해내지 못했어. 다른 이에게서 내가 빼앗겼던 것을 도로 빼앗을 수는 없었어.

 

(엔딩2. 숙주의 몸을 찢고 빠져나와 새로이 태어났을 경우)

오, 태어났다.
내 존재가 알려지길.

 

<COVETOUS>였습니다.

결국 이 게임은, 주인공이 자신의 숙주이자 형제를 죽이고 인간인지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이야기와, 형제의 것을 빼앗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야기로 나뉩니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윤리적인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는다. 라는 식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충분히 있겠지요.

"인간이 가진 윤리나 인간성을 통해 윤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목숨과 맞바꿀 만큼 소중한가?" 라는 메시지를 기괴한 8비트를 통해 브리드는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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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문(To The Moon) - 인생의 마지막 순간 속에 남은 마지막 기억

게임(PC) 2017. 7. 7. 22:53

 

2011년 11월 1일 출시된 프리버드 게임사와, 작곡가이자 디자이너인 칸 가오(Kan R. Gao)의 작품 투 더 문<To The Moon> 입니다.

 

RPG 만들기 XP엔진으로 만들어진 캐나다산 인디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며, 감동적인 스토리라인과 사운드트랙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울렸으며, 2011년 각종 게임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명작이죠.

국내에서도 역시 <쯔꾸르로 만든 기적의 게임>, <알만툴의 새로운 혁명>, <여러사람 눈시울을 붉힌 전설의 게임>, <올클리어 뒤 BGM을 들으면 그 전율을 잊지 못할 게임> 등의 평으로, 대정령이나 대도서관 같은 명성 높은 BJ들의 방송 소재가 되면서 더더욱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이야기에 대한 포스팅을 트레일러 영상과 함께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레일러>

그들이 널 되돌려 줄거야. 조니.

그들이 너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너의 인생을 다시 살게 할 거야.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돼.

하나를 바꾸면, 간절히 원하던 소원을 이루게 될거야.

네가 왜 그걸 간절히 바랐는지, 알고 있지?

하지만 꼭 기억해.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일 테니까.

 

<캐릭터 소개와 줄거리>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실 경우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지 마십시오.

 

 


 

 

 

 

닐 와츠 박사(좌) / 에바 로잘린 박사(우)

죽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억을 심어 그 기억 속에서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회사인 <지크문드 인격 형성 사무소> 의 직원들로, 둘 다 기억 조작 전문 요원입니다.
에바 로잘린 박사는 진지한 성격이며, 장비 사용 권한이 닐보다 높고 실력도 닐보다 더 전문가 급,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성격이죠.
반대로 닐 와츠 박사는 늘 진지하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깐죽대며 개드립을 쳐대는 성격인지라, 에바와는 자주 티격태격하는 콤비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로 등장하며, 에바와 닐 중 하나를 선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 진행에 있어 차이는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깨알같은 만담콤비를 맡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커플링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존 와일즈

 

애칭 조니 와일즈. 에바와 닐의 의뢰인으로, 아내 리버 와일즈를 먼저 떠나보내고, 간병인과 살고 있는 그는 이미 죽기 직전의 혼수상태에서 마지막 숨을 붙들고 있는 노인입니다. 그가 사는 집은 등대를 굽어보는 외따른 곳에 있고 지하실과 등대는 토끼 종이접기로 온통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낡은 오리너구리 인형과 유일하게 흰색이 아닌 파란색에 노란 배를 한 종이로 접은 토끼였죠.

 

조니의 가장 최근 기억으로 들어가 조니에게 소원을 물어본 에바와 닐은, 조니의 마지막 소원은 "달에 가고 싶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조니가 새로운 기억 속에서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에바와 닐은 조니의 기억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면서 왜 조니가 달에 가고 싶어했는지 알아내서 그에 맞게 처음부터 기억을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첫번째 단서

에바와 닐은 조니의 기억을 차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죽은 조니의 아내 리버는 등대에 '아냐'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이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인데도 치료받는 대신 그 등대를 굽어보는 곳에 집을 짓는데 돈을 쓰라 하며 등대에 집착하는데요.

게다가 조니가 리버에게 처음 만났을 때 순수히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사과하자, 그 이후로 리버는 하루종일 종이로 토끼를 접기 시작합니다. 

파란색에 노란색 배를 가진 토끼를 접은 뒤로는 토끼를 보여주며 "조니, 이게 뭐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또?" 하며 계속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조니는 리버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죠.

 

두번째 단서

기억을 더 거슬러 올라가며 에바와 닐은 리버에게 자폐성 장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니는 리버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을 힘들어하며 리버의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치료를 받아서 일반인처럼 연기하며 사는 리버를, 그녀의 친구는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에 홀로 자유롭게 떨어져있다며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단서

조니의 기억 속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올리브 피클과 '애니모프(Animorph)' 라는 SF 소설 시리즈이다. 올리브는 늙어서까지도 계속 좋아하지만 애니모프는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리버는 어렸을 때 읽던 동화책인 <벌거벗은 임금님> 을 여전히 즐겨 읽고 있습니다. 리버는 조니에게 애니모프의 내용을 기억하냐고 묻죠. 조니는 어렸을 때 읽던 책을 지금 읽을 리가 없다 하자, 리버는 어렸을 때 읽던 책을 나이 들어서 읽는 게 뭐가 문제냐며 반박합니다.

 

네번째 단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조니와 리버의 결혼식날 조니의 어머니가 둘을 축하해주며 조니를 <조이> 라고 부르는데, 조니는 그 별명을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에서 따온 애칭이라며 듣기를 꺼려합니다. 게다가 돌아가는 길에는 하객들의 차에 토끼가 치여 죽으면서, 그 시체 썩은 내가 진동을 하죠. 조니는 괜찮다며 리버를 데리고 가려고 하지만 리버는 어째서인지 죽어버린 토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섯번째 단서

고등학생 때 조니는 혼자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나와 쭈그려 앉아 있습니다. 이후 리버가 나와서 "왜 영화를 안 보고 나왔냐며 묻죠. 알고보니 리버가 화장실을 갔다가 들어와서는 다른 자리에 앉아버렸고 조니는 리버가 자신을 놔두고 가버린 줄 알고 화가 나있던 것이었습니다. 조니가 "왜 나를 찾지 않았어?" 라 묻자 리버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본다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라 대답합니다. 조니는 그 말에 웃으며 리버와 함께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가죠.

 

여섯번째 단서

에바와 닐은 조니가 리버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한 날로 다시 돌아갑니다. 조니는 이상한 말투의 리버와 대화하는 것을 어색해하지만 리버가 갖고 있는 오리너구리 인형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고 데이트 허락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죠. 그런데 조니가 리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것은 사실 리버가 좋다거나 리버에 대해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니라 단지 남들과 다르게 튀어보이려고 학교 내에서 가장 이상한 여자애한테 대시한 거였다는 점이었죠. 미래의 기억에서 사과한 것은 바로 이것.

 

가로막힌 단서

어렸을 때부터 조니를 조이라고 부르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이전의 기억들은 어째서인지 더 이상 파악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로잘린과 와츠는 이 정도 기억으로도 충분하다고 파악하고 기억 조작에 돌입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에 '달에 가고 싶다' 는 암시를 넣고 로잘린과 와츠는 몇 번을 확인해도 미래의 기억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죠. 온갖 기억을 다 집어넣고 조작하는데도 어떤 방법으로도 조니의 미래가 바뀌지 않자 그들은 작업을 포기하고 아침 커피를 마시는데 회사에서 갑작스런 전화가 오게 됩니다. 

 

이유는 조니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정보가 있기 때문이었다는데, 조니는 어렸을 때 베타 블로커(Beta Blocker / 정신과적 약물의 일종)의 과용으로 기억이 지워진 적이 있었다는 것. 그렇게 지워진 기억을 되살릴 방법을 궁리하던 중 닐이 후각신경에 기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조니가 꿈 속에서 맡았던 교통사고 당한 지독한 토끼 사체 냄새를 이용해 지워진 기억에 접근합니다.

 

마지막 단서

조니에게는 조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게다가, 조니의 어머니는 차를 후진시키다 실수로 조이를 죽이고 마는 사고를 저지르고, 조니에게 베타 블로커를 복용시켜 조니의 기억에서 조이의 존재를 지웠다는 사실 또한 밝혀집니다. 

 

올리브와 애니모프 둘 다 조니는 싫어했고 조이가 좋아하던 것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조니는 조이가 되어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결국 아래에 서술되는 어린 시절에 만났던 리버와의 기억도 통째로 사라지게 만드는 비극을 초래했다는 것을 두 박사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자식을 자신이 죽인 조니의 엄마는 조이처럼 베타 블로커를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이를 사고로 죽인 후유증으로 인해 반쯤은 미쳐버렸고 조니를 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아차리죠. 

 

조니의 기억 속 엄마는 조니가 죽을 때까지 미쳐있던 상태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조니는 조이의 존재를 잊게 됐지만 그래도 엄마가 자신을 조이라고 부를 때마다 어딘가 찜찜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조니가 항상 특별해지고 싶어했던 이유를 그 반증으로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조니는 유년기에 조이와 비교되면서 어머니께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죠.


그리고 어린 시절로 더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가 조이와 함께 데려가준 카니발에서 조이를 두둔해주는 어머니에게 마음이 상해 혼자 빠져나와 헤매다 찾은 언덕에서 조니는 리버와 처음으로 만나는 모습이 나옵니다.


조니는 자기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리버는 한 번쯤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죠.(영어권 국가에서 자연물을 이름으로 하는 건 주로 히피족이 하므로 기피됨) 

별들이 모두 똑같이 빛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 조니는 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리버는 하늘 저편 너무나 멀리서,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닿지 못하지만 계속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인사를 보내는 등대라고,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리버가 등대에 아냐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등대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별은 등대이며 등대는 별이다. 등대가 없으면 저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가 없게 된다는 뜻으로, 현 리버의 상태를 등대에 대입시킨 것이 되죠. 등대가 없어지면 리버 자신의 소통,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사(=등대)를 타인(=별과 달)에게 표현할 수단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 것입니다.

 

 

 

대화 중 토끼에 대한 화제가 나와 둘은 별을 이어 토끼 별자리를 만듭니다. 리버는 시작하자마자 토끼를 만들었고 조금 후에 조니가 리버의 토끼 별자리가 어디 있는지 찾는다. 이것이 다른 부분은 파란색이고 배만 노란 종이 토끼의 정체. 그리고 둘은 다음 해에도 다시 카니발 때 이 장소에서 만나자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달에 가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이때 조니가 오리너구리 인형과 콩주머니를 리버에게 주는데, 리버는 인형은 평생 간직하나 콩주머니는 먼 훗날 리버와 조니 둘 다 늙었을 때 등대를 향해 던져보라는 자신의 말에 그때의 기억이 없는 조니가 곧이곧대로 절벽에서 던져버려서 잃어버리고 말죠. 아마 조니가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려던 것이겠지만 조니가 진짜 던져버리자 리버는 놀라서 거의 절벽 끝까지 달려가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죠.

이 이후에 쌍둥이 형이었던 조이의 죽음으로 기억이 지워진 조니가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음 해에는 만나지 못하게 되고 몇 년 후 조니는 여전히 약속에 대한 기억이 없는 상태로 학교에서 리버와 재회하게 됩니다.

이 숨겨졌던 기억을 본 에바와 닐은 리버의 행동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조니에게 생각을 마음대로 전달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서 나왔다는 사실과 조니가 달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달에 가면 죽은 리버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기억을 짜맞췄음에도 조니가 달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조니가 고등학교에서 이미 다시 리버를 만나버려서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죠.

 

그리고 에바와 닐은 기억조작을 다시 하기로 합니다.

닐은 리버와 만난 기억을 없애가면서까지 조니를 달에 가게 만드는 것은 끔찍한 짓이라고, 조니의 행복을 방해할 권리는 없다고 하는 반면, 에바는 일은 일이고, 계약한 내용은 무조건 이행해야 하겠다면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닐은 에바를 막으려 하지만 이미 에바가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였죠. 

결국 닐은 에바를 저지하는 걸 포기하고 그녀가 조작한 기억을 따라갑니다. 조니의 조작된 기억에서 조이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같은 고등학교의 작가 지망생이 되고, 고등학교에서는 리버를 누가 잠시 데리고 가서 조니가 리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못하게 되죠. 조니는 오직 달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누가 봐도 놀랄 만큼 공부하고 결국 NASA에 들어갑니다. 훈련을 받아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우던 어느날 새로운 비행사 후보가 들어오죠. 

 

 

그리고 우주비행사 후보는 바로 리버였습니다. 현실에서라면 리버가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이곳은 조니의 기억 속이었기에 조니가 원하는 대로 리버와 만날 수 있었죠.

 
둘은 성공적으로 훈련을 거쳐 우주선에 오르게 됩니다. 우주선이 하늘로 발사되고 멀리서 에바와 닐, 그리고 기억 속으로 초청된 조니의 주치의와 간병인은 다리 위에서 에바, 닐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죠. 우주선이 발사되고 곧 우주에 진입하여 달로 향하지만 조니의 수명이 마지막에 이르러 심장 박동이 점점 약해집니다. 

 

 

그들을 달로 보내는 데 성공한 후 그 순간을 바라보는 에바와 닐.

 

무언가를 느끼고 불안한 듯 창 밖을 바라보는 조니에게 리버는 자신의 손을 내밀고, 이때 조니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리버는 어릴 적과 똑같이 살짝 눈길을 피합니다. 조니는 미소를 지으며 리버의 손을 꼭 잡고 둘이서 함께 점점 가까워지는 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니의 심장 박동을 재던 심전계가 천천히 소리를 멈춘 채, 그리고 심장이 멈춤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작품의 테마곡과 함께 스태프롤영상과 조니와 리버의 추억을 담은 장면들이 나오죠.

 

임종을 맞는 조니가 자신의 기억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인 '달에 가는 것' 을 리버와 함께 이루면서 둘이 손을 잡는데 그 순간부터 심장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는 것은, 둘이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달로 가는 꿈을 기억 속에서도 이루는 동시에 저승에서 리버가 마중을 나와 재회하는 꿈을 이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평생의 소원을 이뤘기에 조니가 살고자 노력하는 것을 멈췄다고 볼 수도 있겠죠.

스태프롤이 다 올라가고 나면 추가 영상이 나오는데 로잘린과 와츠가 일을 무사히 수행한 이후 조니의 무덤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일을 위해 떠나면서 후속작을 암시하며 이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투 더 문>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유년기 시절 편애에 대한 트라우마로로 특별해지고 싶어했던 조니.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태어나 모진 인생을 살다 간 리버.

 

비록 살아있는 동안엔 서로 엇갈리고 말았지만 그 내면의 사랑은 결코 엇갈리지 않았다는 것을 플레이어들은 조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알게 됩니다.

존재를 부정당하고 타의에 의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게 된 조니가 유일하게 간직했던 한 조각의 기억, 그것은 달을 향한 막연한 마음이자 리버를 향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유머스러운 부분들도 많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일품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평생을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어서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킨 조니, 소원을 이룬 기억을 심기 위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닐과 에바처럼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더욱 이야기를 슬프게 하는 아이러니함에서, 그 감성적인 전율은 더더욱 부각되죠.

하지만, 엔딩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거나 감동받은 사람들이 막상 현실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괴리감이 든다며 표면적으로는 해피 엔딩이지만, 알고 보면 새드 엔딩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조니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겠지만 가장 불쌍한 건 현실의 리버일지도 모릅니다. 리버는 죽을 때까지 조니가 자신과의 첫 만남을 기억해주지 못한 것을 되뇌였을 것이며 또한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여 죽을 때까지 토끼만 접다가 임종을 맞이한 것이 되니까요. 정말 위에 쓴대로 저승에서 조니를 마중나와 재회라도 한 것이 아닌 이상 리버가 얻은 건 결국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 게임의 묘미는 바로 그런 점들에 있습니다.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일로 인해 기억을 잃고 그 잃어버린 기억과 사소한 우연들이 겹쳐 인생이 뒤틀리고 만 조니와 리버.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조니의 '꿈' 은 그런 가능성이 실현된 세상입니다. 비록 그 정도는 작아 실제로 일어나기는 어려운 가능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죠. 그 한 예로 리버가 죽기 전에 조니가 지크문드 사무소에 의뢰를 했다면 어떘을까요?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가능해졌을지도 모릅니다. 레이어는 에바와 닐을 통해 그런 '누릴 수 있었던' 삶을 두 눈으로 직접 체험하게 되며 그 가능성의 삶과 현실과의 차이를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죠.

 

이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비극으로 끝난 이야기를 재조명하여 희극이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무엇을 느낄지는 플레이어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또한 게임으로서의 구성은 좋지 못하다는 것이 비판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게임 장르는 퍼즐 어드벤쳐로 제작됐지만, 이 작품에서는 퍼즐  요소조차 하나의 이야기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심각하게 낮은 게 그 이유죠.

그래서 게임이라기 보다는 인터렉티브 무비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게임성을 버린 만큼 시나리오에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는, 감동적이었던 시나리오가 이를 보완했을 뿐이지 게임으로서는 좋지 못하다는 평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그 해석과 평가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투 더 문>이었으며, 명작이라는 소문을 듣고 처음 접해 봤습니다만, 정말 그 말대로였습니다.

 

이미 클리어한 지 오래이고 뒤늦게 포스팅을 한 작품이었지만, 여전히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스팀에서 풀버전과 사운드트랙을 따로 판매하고 있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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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아너(For Honor) 기사 캠페인 #1. 군벌과 겁쟁이

게임(PC) 2017. 7. 6. 18:34

 

영어/한글자막 버전

 

 

일본어/한글자막 버전

 

 

주인공 : 워든 (Warden)

기사 진영 캠페인에서 플레이어는 이 워든이 되어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워든은 일종의 직위 같은 것이며, 플레이어가 이 역할을 해야 하므로, 공식적인 이름은 딱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무기는 롱소드.

 

 

기사들은 군단 단위로 된 여러 가지의 세력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블랙스톤 군이란 이름의 세력이 있었습니다.

 

블랙스톤 군단의 군벌이었던 아폴리온(게임 시작 전의 나레이션 보이스의 주인공)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장군 홀든 크로스를 군단의 배신자를 처치하라는 명령과 함께 보냅니다.

 

 

 

그 배신자의 이름은 바로 허비스 더브니(Hervis Daubney).

 

더브니는 블랙스톤 군단을 배신하고,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으며, 워든을 용병으로 고용했습니다.

 

워든은 그런 더브니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군이라 해도 기사로서 주군을 코앞에서 바꿔 버리는 것도, 그다지 명예로운 일은 아니었죠. 

 

 

결국 그는 싸우기 시작합니다.

 

 

더브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을 지키기 위해서었지만....

 

 

홀든 크로스 (Holden Cross)

 

블랙스톤 군단의 군벌 아폴리온 휘하의 장수이자, 블랙스톤 군단의 2인자입니다.

 

무기는 거대한 폴액스.

 

홀든은 병력을 이끌고 이곳을 모두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더브니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성퇴까지 동원됩니다.

 

 

워든은 이를 막기 위해 직접 검을 들고 나섭니다.

첫 스테이지라 그런지, 이 과정에서는 튜토리얼이 나타납니다.

 

 

여저차해서 성내에 침입한 병력은 어느 정도 막아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흠...

 

 

좋은 생각!

 

 

투석기 밧줄을 끊어버리면...

 

 

와장창

 

 

그러나, 그런 워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문이 뚫리고 맙니다. 와장창

 

 

흙먼지 속에서 간지넘치게 홀로 등장하는 홀든 크로스

 

 

감히 나한테 덤비다니, 옆구리에 도끼빵을 놔주겠어!!

 

 

넌 뭐 하는 놈이냐!!

 

 

홀든은 블랙스톤 군단의 2인자인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와라 비겁한 녀석! 나와서 심판을 받아라!

 

 

등장

 

 

일기토를 신청하는 홀든.

 

 

홀든의 무시무시함을 아는 더브니는 졸렬하게도 자신이 질 것을 뻔히 할고 결투를 거절합니다.

 

 

이에 자신의 대리인 "아데마르" 를 투입하는 홀든.

 

 

더브니는 이에 대항하여, 워든을 자신의 2인자로 급조해 내보냅니다.

 

 

더브니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워든은 아데마르와 일기토를 감행합니다.

 

 

아데마르 역시 홀든의 대리인다운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주인공 버프를 받는 워든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요옷!

 

 

뎅강

 

 

제법이군.

 

 

저놈은 내가 스카웃해간다.

 

 

더브니 : 하지만 자리가 없잖아.

 

홀든 : 네 자리 쓰면됨.

 

 

그렇게 워든은, 그 자리에서 블랙스톤 군단의 일원이 됩니다.

 

 

더 유능한 인재가 생기자 죽여버릴 가치조차 없어진 졸렬킹 더브니.

 

 

하지만 워든은, 이후 블랙스톤 군단의 일원이 된 것을 크게 후회합니다...

 

포 아너(For Honor) 기사 캠페인 #1. 군벌과 겁쟁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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