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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쳐드 / 악마를 보았다 / 방황하는 칼날- 복수극에 대한 개인적인 논평
2020.07.26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2010년 상영된 로버트 라이버먼의 영화 <토처드>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복수를 걸심하고, 살인범을 직접 잡아 모진 고문을 가하는 흔하다면 흔한 소재의 복수극 영화죠.
오늘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복수극 영화를 주제로 게시글을 써내려가겠지만 일단 이 작품으로 이번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복수심은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입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복수심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생물에 대해 공격적인 감정을 품게 하는 유전자의 명령이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이 되려 피해를 입을까 다른 동물들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생존율이 올라갔기 때문이죠.
문명과 사회가 갓 탄생했을 때에는 법이 개개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과 주변인물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복수는 미덕이요,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멸시받는 경우가 보통이었습니다.
특히 체면과 의리를 미덕으로 여기는 세력들은 대체로 복수를 당연시했고, 종교적 성향이나 문화가 강한 세력들은 주로 복수보다 관용을 중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 집단, 인간 사회가 체계화되면서 크고 작은 복수가 늘어나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 폐해가 너무 커, 근대법체계가 정립되고 복수를 통한 자력구제(自力救濟) 금지가 근간이 되면서, 차츰 법률을 통한 제도권적 해결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법률이 강화되고 신분의 형평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존심이나 영광에 집착하기 보단 사회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보통 집단 따돌림이나 성폭행의 문제를 겪고도 아무 말도 항의도 못 하고 당하거나, 두려움 때문에 사회나 선생님, 가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아예 참기만 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아지는 편이죠.
이렇듯이 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계속 지속되다면, 복수가 신성시되던 과거의 인식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복수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은 이의 양면성을 모두 드러내고 있으며,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최후에는 복수를 끝내고 난 복수자의 쾌감이나 이후의 공허감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기도 하고, 복수라는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거나 법률의 벽에 가로막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를 오늘 소개하는 영화 <토처드>애서는 이렇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의사 크레이그와 부동산 중개업자 엘리스 부부는 아들 벤자민을 둔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앞 마당에서 뛰놀고 있는 아들이 갑자기 갑자기 집에 쳐들어온 납치범에게 납치를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죠.
갑작스러운 유괴 사건에 가족은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이미 한 발 늦은 후였습니다.
유괴범은 우울증에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는 사이코패스였으며, 납치당한 벤자민이 살려달라고 빌자, 그는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만으로 벤자민을 목 졸라 살해하죠.
우여곡절 끝에 유괴범은 검거되었고 교도소로 이송되기 시작하지만, 부부는 법원이 내린 판결만으로는 유괴범이 치를 충분한 대가가 되지 않는다며,
직접 그 유괴범을 잡아다 복수할 계획을 꾸밉니다.
그리고 우연히 범인을 호송하던 차량이 도로에서 순록과 맞닥뜨려 전복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호송 차량을 미행하던 부부는 차량에서 유괴범을 빼내어 그들이 고문실로 손수 개조한 집으로 끌고 옵니다.
그리고 의사인 남편 크레이그의 통제 하에, 유괴범은 쉽게 죽지도 못한 채 부부에게 갖은 고문을 받게 됩니다.
모진 고문이 계속되자, 유괴범은 차차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지만, 부부는 이를 거짓말이라 여기며 더더욱 잔혹한 고문을 감행하게 되죠.
결국 유괴범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부부의 집에서 탈출하고, 자기 자신이 그들의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에 용서를 비는 사과문을 남기고 집 근처의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맙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부가 잡아온 유괴범은 사실 다른 범죄자였습니다.
전복사고가 일어났던 호송 차량에는 벤자민의 유괴범 뿐만 아니라 금융사기 혐의로 구속된 또 다른 범죄자가 타고 있었고, 진범은 이미 차량에서 탈출한 후였습니다.
그리고 엘리스와 크레이그는 차량에 남겨진 또 다른 범인을 잡아다, 모진 고문을 행했고, 그는 끝내 정신이 망가져 결국 자신이 그들의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했다는 망상에 시달리고 만 것이었죠.
그리고 탈출한 진범은 출동한 경찰에게 다시 잡혀 버렸으며, 애먼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만 부부는 결국 집을 떠나 행방이 묘연해지며 이야기는 찝찝하게 끝납니다.
<토처드>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하다시피, 복수극 이야기는 보통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 최후에는 복수를 끝내고 난 복수자의 쾌감이나 이후의 공허감, 복수라는 행동이 잘못되었음이나, 법률의 벽에 가로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본 영화는 이를 제 3의 인물을 대입하여 반전을 선사하면서, 복수에 대한 인식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복수극 소재의 작품 중에서 리뷰 대상으로 뽑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또 다른 영화 <악마를 보았다> 로 넘어가 봅시다.
약혼녀를 죽인 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을 끝내 잔인하게 죽여 복수를 끝내는 데 성공한 김수현(이병헌)은 최고의 복수를 하고 약혼녀의 원수를 갚았다는 후련함의 폭소와, 복수를 위해 모든것을 잃고 결국 자신 또한 악마가 되어버렸다는 광소가 뒤섞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남긴채 비틀거리며 새벽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끝으로 영화가 끝나죠.
마치 니체가 <선악의 저편> 에서 언급한 심연과도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니체가 복수에 대해 이런 경각심을 가져야 되는 말만을 남기지만은 않았습니다.
"만약 원수가 명예를 훼손했다면, 복수로 그것을 복구할 수 있다. ... 또한 복수는 내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거기서 비로소 합의와 조정이 의미를 가진다."
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번에는 그로부터 4년 후의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살펴 보겠습니다.
주인공이자, 질 나쁜 고등학생 무리에게 강간과 죽임을 당한 딸의 아빠 이상현(정재영)은 결국 가해자와 가담자들을 하나하나 척살해 나가지만 결국 경찰에게 사살당함으로서 제지당합니다.
그리고 담당 형사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기지 않게 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제 3자들이 복수에 대해 비난을 하는 주된 근거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견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복수심의 원인과 배경을 본다면 이것이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난감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이 현실사회이기도 합니다.
법에 의한 해결이라는 합법적인 복수도 결국은 완벽하지 않으며 법 자체가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을 뿐더러, 현존하는 법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며 법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바뀝니다. 심지어 헌법조차도 바뀔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원칙적인 반응을 되풀이하는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되지도 못합니다.
복수의 연쇄 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복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니 개인에게 절대로 복수하지 말고 법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켜주지도 못합니다.
심지어 사회적으로도 복수가 전혀, 절대 없는 사회가 바람직한가도 사실 의문의 여지를 남기기도 하죠.
복수를 하려면 관짝을 두 개 짜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려면 관짝을 더 많이 짜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 중 하나는 자기 것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제 의견으로 이번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훗날 제 자식들이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다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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