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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TOUS - 배니싱 트윈 현상과 키메라 신드롬을 통해 보는 윤리적인 인간의 조건
2019.11.24
오늘 다룰 작품은 오스틴 브리드(Austin Breed)가 만든 플래시 게임 <COVETOUS>입니다.
제목인 Covetous는 "탐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8비트로 제작된 단순한 연출과 쉬운 게임방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충분히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기괴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게임들> 중의 하나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키메라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요.
"배니싱 트윈" 현상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산모가 쌍둥이를 임신했으나, 두 태아 중 하나가 살아남을 가망이 없을 때, 약한 태아는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고, 모체나 다른 형제에게 흡수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키메라 증후군>은 이에서 파생되어, 죽은 형제를 흡수하여 자란 나머지 형제가 성장하여 이중인격이나 두 개의 유전자를 갖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사실, 게임의 내용으로 보면 키메라 증후군보다는 배니싱 트윈 현상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국내에서 이런 이름으로 퍼졌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그럼 게임의 내용을 차차 설명해 보도록 하죠.
죽은 후 형제의 몸으로 흡수된 주인공은 흰 점 모양의 세포로 시작하여 숙주의 몸 안을 조금씩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는 녹색 오브젝트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점점 성장하며 더 많은 부분을 먹기 시작하죠.
그리고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다가...
충분히 성장하자 숙주의 몸을 찢고 나오려 하게 되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모습은 인간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숙주를 죽이고 태어날지, 혹은 그러지 않고 다시 목숨을 끊어 형제의 몸 안으로 흡수될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독백이 짤막한 텍스트로 출력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의미심장하죠.
어떤 기적으로 인해, 나는 또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
나는 내 형제의 몸 속에 남아 있던 잊혀진 세포였다.
내가 점점 두꺼워지고 덩어리져 가는 것이 느껴져. 내가 잃어버렸던 그 모습 그대로.
너무 배고프다.
성장하기 위해서 먹는다. 나는 내 무신경한 혈육이자 숙주를 계속 잡아먹어야 해.
대체 어떤 신이 나를 신장과 지방 속에 묻힌 채 죽도록 내버려 두었던 걸까.
사랑한다, 나의 형제, 자비로운 나의 숙주여.
다 처먹어주마 개돼지년아.
나는 부와 명예를 바라지 않았어. 결국 존재하기만을 바랐을 뿐이야.
(엔딩1. 숙주를 죽인 후 빠져나오지 않고 다시 자신이 죽음을 택하여 형제에게 흡수될 경우)
결국, 나는 해내지 못했어. 다른 이에게서 내가 빼앗겼던 것을 도로 빼앗을 수는 없었어.
(엔딩2. 숙주의 몸을 찢고 빠져나와 새로이 태어났을 경우)
오, 태어났다.
내 존재가 알려지길.
<COVETOUS>였습니다.
결국 이 게임은, 주인공이 자신의 숙주이자 형제를 죽이고 인간인지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이야기와, 형제의 것을 빼앗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야기로 나뉩니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윤리적인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는다. 라는 식으로 해석해 볼 여지도 충분히 있겠지요.
"인간이 가진 윤리나 인간성을 통해 윤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목숨과 맞바꿀 만큼 소중한가?" 라는 메시지를 기괴한 8비트를 통해 브리드는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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