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소녀 <Katawa Shoujo> - 장애를 가진 평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

NSFW - ADULTS ONLY 2022. 11. 12. 10:00

 

 



 

2012년 정식으로 공개된, 4Leaf Studio에서 제작한 비주얼 노벨 형식의 게임 <장애소녀> 입니다.

정식판 풀버전, 사운드트랙, 원화 등을 모두 무료로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유저의 번역으로 2016년 한글패치가 완료되었으며, 패치 파일 역시 어렵지 않게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제작 배경은 일본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제작자들은 모두 서양인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특징 중의 하나죠. 그래서 기본 언어는 보통 미연시/에로게와는 다르게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성인용이지만 수위가 지나치게 높지도 않으며,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 때문에 흔히 말하는 미연시/에로게보다는 제대로 된 비주얼 노벨이라는 평이 많으며, 수많은 명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장애와 결손에 대한 페티시를 보여주는 특이한 주제로 관심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각종 사이트에서는 장애인을 성 상품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장애인도 연애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한 작품이죠. 


하지만 막상 내용은 장애인을 단순한 모에 요소나 페티시로 보는 것도, 그들에 대한 일방적인 동정심을 갖는 것도 아닌, 그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시나리오의 진행 역시 <장애가 있는 평범한 소녀와의 연애> 라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장애를 다룬 매체들을 생각해봅시다. 

청각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 혹은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 해외로 나가면 <아이 엠 샘>이나 <레인맨> 같은 좋은 영화들이 그 예시가 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고발하거나,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극복해 성과를 얻은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죠.

하지만 이 <장애소녀>라는 작품은, 이런 인식과는 연관성이 없이, 단순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저 생활하고, 연애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도 가지고, 서로에게 있는 마음의 상처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주목을 받았고, 유튜브나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는 이 작품의 감성적인 스토리와 정서의 회오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많은 여운을 남겼다거나, 이 작품이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았다는 등의 평가가 수없이 많습니다.

또한 작품에서 진히로인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취향껏 잘 선택하면 된다는 점이 특징.

저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을 플레이하고 엄청난 전율과 공감을 느꼈습니다.
비록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떨칠 수 없는 나쁜 기억은 있으니까요. 

장애라는 요소도 그런 종류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Katawa라는 뜻은 일본에서는 장애인을 놀리는 투의 단어이기 때문에, 사용을 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인인 제작진들이 모르고 쓴 데다가 이미 확정이 되어버린 탓에, 공식 발표 후 사과도 같이 했다고 하죠.

<캐릭터 소개와 줄거리>
이번에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실 경우,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지 마시길 권장합니다.
 

 

나카이 히사오 - 주인공 (영문명 Hisao Nakai)

 

여자 아이에게 고백을 받자마자 심장 발작이 오고, 부정맥 진단을 받아 입원하게 된 비운의 주인공입니다. 입원하면서 자기가 알던 친구들, 첫사랑과도 사이가 멀어져버린 아픈 기억과 '일반인의 삶'에서 느닷없이 떨어져나왔다는 의식 때문에 컴플렉스가 있으며, 예전에는 축구가 취미였지만 부정맥 진단 이후로는 할 수 없게 되었고, 대신 병원에 있을 때 책을 좋아하게 되어 독서가 취미. 

심장에 문제가 생긴 이후 장애 청소년을 위한 특수학교인 야마쿠 고교에 전학오게 되었으며, 여기서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다섯 명의 히로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심장질환이 있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등장하는 히로인들입니다. 제각각 다른 장애 요소를 가진 것도 특징이죠.

 

왼쪽부터 사토 릴리(맹인), 이케자와 하나코(화상), 테즈카 린(양팔 없음), 이바라자키 에미(양발 없음), 미샤/미카도 시이나(시즈네의 수화 통역을 담당하는 비장애인), 하카미치 시즈네(농아인)

 

<히로인 소개>

 

 

 

사토 릴리(영문명 Lilly Satou)

-Can you see what I see? (내가 보는 걸 너도 볼 수 있어?)

 

(원문)태어났을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릴리는 남을 잘 돌보며 친화력이 좋은 성격입니다.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학우들과 차를 마시며 보내고 있으며, 특히 가장 친한 친구 하나코와는 거의 모녀지간에 가까운 사이입니다. 학급에서는 부지런한 학생이며, 3학년 2반의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금발벽안의 맹인 아가씨 릴리입니다.

전형적인 금발 누님 아가씨 콘셉트의 캐릭터로, 일본인과 스코틀랜드인의 혼혈. 작중에서는 조곤조곤한 성격과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죠. 또한 야마쿠 고교에 오기 전에는 교칙이 엄격한 여학교에 다녔고, 그 때의 경험이 이런 전형적인 아가씨 같은 성격으로 변모하게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말이나 행동이 굉장히 부드럽지만 한편으로는 잘 삐치거나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며, 기회만 있으면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모든 히로인 중 가장 많은 H씬을 보유한 캐릭터이기도 하죠.

 

아가씨 이미지답지 않게 관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I merely have a healthy adolescent sex drive(전 건전한 사춘기의 성욕을 거쳤을 뿐이야)"라는 대사를 팬들은 명대사로 꼽을 정도. 


이케자와 하나코와 친해서 자주 식사를 같이 하거나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지만, 하카미치 시즈네와는 앙숙인 것도 특징. 또한 백합이라는 뜻을 가진 릴리라는 이름 때문에, 백합 커플링도 자주 엮이는 편이죠. 그 대상은 역시 하나코이지만 가끔 시즈네와 엮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품 내에선 하나코와 플래그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지에 따라 릴리 루트와 하나코 루트가 갈라지게 되는데, 자신의 루트 이외에 하나코 루트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릴리 루트에선 릴리가 친척이 아프다는 가족의 부름을 받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면서 갈등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그녀는 부모님에게 버려지다시피 해서 언니인 사토 아키라와 둘이서만 살았던 과거 등이 조금씩 밝혀지게 됩니다. 친척의 병문안 차 스코틀랜드로 잠시 돌아갔다 올 때, 릴리는 부모로부터 이제부턴 스코틀랜드에서 자기들과 쭉 살지 않겠느냔 제안을 받아 큰 고민에 빠집니다. 

릴리는 쭉 그리웠던 가족과 함께할 수 있지만 동시에 마음을 준 사람들을 또다시 떠나가야 한다는 딜레마 때문에 괴로워하죠.

 

고민 끝에 릴리는 가족에게로 돌아가가로 결심하고 히사오와 헤어지지만, 릴리를 붙잡기 위해 쫓아온 히사오가 심장발작으로 쓰러지자, 끝내 릴리는 떠나지 못하고 히사오와 함께 있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이케자와 하나코(영문명 Hanako Ikezawa)

-Can you face your fears?(두려움을 마주할 수 있겠어?)

 

(원문)어렸을 적, 하나코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고로 불이 나 무너지는 집 속에서 그녀는 부친을 잃었고, 이는 그녀 자신에게도 지울 수 없는 화상 자국을 남겼습니다. 그 후 하나코는 세상과의 모든 소통을 끊어버렸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신뢰하는 친구는 서로를 알게 된 이후로 언제나 그녀를 돌봐준 릴리 뿐입니다.
(초기 설정에서는 부친만 잃었다고 언급되지만, 정식판에서는 양친 모두 잃은 것으로 변경됩니다.)

 

화재로 반신에 화상을 입은 소녀 하나코입니다.

 

대화를 시도하면 도망치고, 이목이 집중되면 울음을 터뜨리고, 말없이 혼자 과제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으로 등장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캐릭터이죠. 또한 작중에서 사복 센스가 굉장히 좋아 팬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히로인이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캐릭터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하나코의 여러가지 다른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죠, 체스가 취미이며,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한다거나, 당구에도 일가견이 있는 등 의외로 그렇게까지 소극적인 캐릭터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코 루트에서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히사오와 함께 고민과 상처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이 과정에서 히사오는 자신의 심장 수술 자국을, 그리고 하나코는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화상 자국을 보여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나코가 히사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면서 하나코의 과거도 계속 밝혀지게 되는데, 화재로 양친을 잃었을 때 어머니가 자신을 감싸준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고, 고아원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입양하려 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겨졌으며, 학교에서는 집단괴롭힘을 당했다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하나코 루트에서 느끼는 정서적인 전율은 엄청나죠.

히사오와 자신이 비록 생활이 온전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기대면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이해한 하나코는 히사오에게 처음으로 직접 선물을 주며 이야기가 끝나는데, 그건 바로 키스.

 


테즈카 린(영문명 Rin Tezuka)
-Can you seize the day?(지금 이 순간을 붙잡을 수 있어?)

 

(원문)린의 양 팔은 선천성 장애와 그에 따른 수술로 인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린은 양 발, 때로는 입으로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하고 그림을 그리곤 하죠. 이러한 장애 탓에 린은 스커트 대신 남학생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린의 창조적인 면모는 종종 철학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곤 하는데, 인간, 우주, 그리고 삼라만상에 대한 고찰 끝에 그녀가 툭하고 내뱉는 심오한 한 마디는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양팔이 없는 전파계 화가 소녀 린입니다.

 

팔이 없는 대신 놀라운 유연성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등장시부터 발로 포크를 써서 밥을 먹고 있었고, 발로 그림도 그리고, 정말 할 건 다 하는 캐릭터. 심지어 자기 루트에선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멜빵바지를 챙겨입기도 할 정도죠. 

 

발을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남학생 교복을 입고, 평소에는 샌들을 신고 다닙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기숙사에서 건너편 방에 배정된 이바라자키 에미의 도움을 받는데, 서로 불편한 점을 챙겨줄 수 있는 에미와는 특히 친한 관계. 하지만 각자의 루트를 보면 둘 다 저마다의 이유로 서로간에도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놓고 지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파계 캐릭터답게 말이 대단히 추상적이고 종잡기 힘들며, 공략 난이도가 가장 높은 캐릭터입니다. 히사오를 처음 만났을 때 놀라운 추리력으로 히사오의 장애가 팬티 속에 있는 거라고 추측한 전력이 있으며, "하나코를 보면 배가 고프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도 할 정도. 이외에도 여러모로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전파성향은 비단 개그 요소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린 루트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주제가 되기도 하죠. 간혹 정신적으로 몰렸을 땐 하려는 말을 쉼표없이 쭉 이어나가는 속사포 랩을 구사해 히사오를 당황시키는 것도 특징.

 

심오한 말을 자주 하는 캐릭터 콘셉트 상 명대사가 수도 없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의 루트도 아닌 에미 루트로 가서 첫 관계에 돌입할 때 갑자기 난입해 "창문 좀 써야겠어." 라고 말하는 씬이 대표적인 예죠.

 

 

 

린 루트에 돌입하게 되면, 그녀는 자신이 미술부 담당 교사의 제안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히사오는 그런 린을 자주 방문하면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면서, 린은 자기 스스로가 변화, 혹은 자기 파괴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죠. 변화를 거치면 더이상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된다고 생각해 두려워하면서도 린은 영감을 얻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밥을 거르고, 담배를 피우는 등 여러가지로 노력하게 됩니다. 한편, 히사오는 린의 심정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해도 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벽에 부딪히며 둘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고 말죠.

하지만 히사오는 자신이 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있는 그대로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이를 깨달은 린 역시 히사오를 받아들이며 감동적인 장면과 함께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하카미치 시즈네(Shizune Hakamichi)

-Can you tell me what you think? (네가 생각하는 걸 내게 말해줄 수 있어?)

(원문)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갖춘 시즈네는, 천성적인 리더 타입입니다. 비록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시즈네는 줄곧 학급 반장을 맡아왔습니다. 학교 안에서 엄격한 감독관이자 모든 일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동시에 공정하면서도 가장 리더다운 리더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농아 학생회장 시즈네입니다.

 

선천적으로 말을 할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기 때문에 수화로 의사를 대신합니다. 때문에 수화를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 언제나 통역사인 미샤(미카도 시이나) 와 동행하는 것이 특징.

 

 

통역사 미샤/미카도 시이나(Misha/Shiina Mikado)

 

본명보다는 별명 미샤로 자주 불리는 캐릭터로, 수화통역사를 꿈꾸는 분홍색 소라빵머리의 비장애인 소녀. 공략이 불가능한 히로인이지만, 시즈네 루트뿐만 아니라 스토리 대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비중도 높습니다. 

히로인들 중 시즈네와 함께 가장 먼저 작중에서 등장하며, 시즈네 루트에서의 가장 중요한 갈등 역시 미샤에게서 나오므로, 그녀와의 관계가 어떻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질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특징이죠. 

 

시즈네는 자존심이 강해 어떤 일이든 지기 싫어하며, 1:1 보드게임이나 뭔가를 놓고 승부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시즈네 루트로 진행시 잠깐 하나코와 체스를 두기도 하고, 그리고 히사오를 학생회 임원에 적합한 재목으로 보고 가입시키고 싶어하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히사오를 들이기 위해 정말 갖은 종류의 권유나 유도심문, 낚시를 서슴치 않기 때문에, 시즈네 루트로 가지 않는 이상 히사오와의 관계는 영 좋지 못한 편이죠.


성격이 정반대인 사토 릴리와는 앙숙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릴리의 아버지와 시즈네의 어머니가 남매지간이라, 알고 보면 친척관계인 것도 시즈네 루트에서 드러나게 되죠. 다만 앞이 보이지 않아 수화를 보지 못하는 릴리와, 릴리의 말을 듣지 못하는 시즈네 때문에, 가장 바빠지는 것은 바로 미샤...

 

 

시즈네 루트에 돌입할 경우 주인공 히사오가 수화를 배우게 되고, 종이와 펜으로 시즈네와 대화를 했던 히사오는, 미샤의 도움 없이도 시즈네와 수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첫 관계에서는 시즈네가 히사오의 손을 묶고 관계를 가지는데, 두 사람이 수화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꽤나 인상깊은 부분이기도 하죠.

 

시즈네와 히사오는 학생회 일을 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지만, 이를 통해 점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바라자키 에미(Emi Ibarazaki)

-Can you stand up for yourself? (홀로 설 수 있겠어?)

(원문)에미는 양 다리가 의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활기 넘치는 소녀입니다.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그녀는 학교에서 어느 누구도 외톨이로 지내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오히려 축복으로 여기며, 다리의 보철을 영원한 장애물로 여기기보단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 발이 없는 트윈테일 로리 육상소녀 에미입니다.

 

첫 만남부터 복도에서 뛰다가 히사오의 가슴을 들이받아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임팩트 있는 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라는 양호선생님의 권유에 운동을 시작한 히사오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스케줄과 식단을 꼼꼼히 짜고 감시하는 등의 도움을 주는 모습이 특징. 다리의 의족은 육상용과 일상용이 따로 있으며, 운동하지 않을 땐 평범한 일상용 의족에 긴 양말을 신고 다닙니다.

 

테즈카 린과는 서로 부족한 신체부위를 보충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가 가진 장애로는 꿈도 못 꿀 일들(그림, 달리기)을 펼쳐나간단 점에서 동질감과 동경을 느낀 탓인지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죠.

 

캐릭터 콘셉트 상 성격이 매우 활발하고 긍정적인데, 로리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말투가 거친 편이라 Damn! 이나 Ass 라는 표현까지 거리낌없이 쓰는 면모도 있으며, 에미 루트로 넘어올 땐 지나치게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짓궂은 소악마 기질을 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꿋꿋하고 쾌활하지만 알고보면 밝은 만큼 내면의 그림자도 짙은 캐릭터이기도 한데, 작중에서는 저런 이미지와 달리 정말 사나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는 것도 특징이죠.
 

사고로 성격이 어두워져 버린 하나코와도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인간관계를 극단적으로 피하는 하나코와는 달리, 에미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만들지 않는 성격이죠. 그것은 친하게 지내는 린 역시 마찬가지이며, 히사오가 애인이 되기 전의 남자친구 역시 이것 때문에 헤어졌다고 합니다.

 

에미 루트로 돌입하면 교통사고로 다리와 부친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그녀의 아버지 역시 육상선수였고, 육상을 할 때만 아버지와의 연결고리를 되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피나는 재활훈련으로 휠체어 대신 의족으로 걷는 것을 선택했고, 야마쿠에서도 육상부의 엘리트가 되었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이후로도 계속 사람들과 너무 친해지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그 두려움을 계속 부정합니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내려는 성격이 강해졌고 결국 그게 지금의 성격을 만들어 버렸죠.

 

하지만 히사오를 만나고, 그와는 거리를 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꾸 들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히사오와 함께 잘 살아나갈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여담으로 1년의 재활훈련 후 늦게 야마쿠에 입학했기 때문에 다른 히로인들보다 한 살이 더 많아, 어려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히로인 중 가장 연장자인 것도 특징.

 


 



장애소녀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만만찮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상으로는 프리버드 게임사의 명작 <투 더 문> 에 버금가는 스토리라는 평에 처음 접해봤는데요.

정말 그 말대로였습니다. 훌륭한 스토리와 감성적인 분위기가 충분히 인상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캐릭터 루트에 돌입할 때 나오는 짧은 애니메이션과, 스탠딩 스프라이트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활용하거나 하는 부분도 대단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 히로인 루트 돌입시 등장하는 인트로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진을 사용한 배경은 특이할만큼 좋지는 않지만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데, 특히 야마쿠 고교의 외관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브라운 대학교의 것이라는 것을 알면 더욱 흥미롭지요. 이벤트 씬들은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등장하는 몇몇 씬들은 예외로 아주 훌륭하기도 합니다.

 

음악의 사용도 아주 좋습니다. 특히 릴리 루트에서는 뮤직박스가 등장해 음악을 훌륭한 스토리 진행 장치로 활용했으며, 마음의 상처가 깊은 하나코의 테마곡인 Painful History 역시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곡 중 하나로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엔딩(특히 하나코 루트에서)을 보고 나서 멍하니 메인화면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렸다는데, 메인화면에 흐르는 Wiosna의 아련한 곡조도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간의 관계를 봐도 사실 그리 대단하지는 않고 비중도 적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 역시 언제나 스토리상에서 의미있는 부분이고, 볼 가치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장르에 거부감이 있고 정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옵션 탭에서
<Disable Adult Content>를 체크하면 스킵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활성화를 한다면, 캐릭터의 반라를 리본으로 가리거나, 관계가 전혀 없는 동물 사진 등이 등장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텍스트 등의 내용은 그대로 출력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https://www.katawa-shoujo.com/

공식 사이트 링크입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게임을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고, 캐릭터 소개나 시놉시스 등을 읽으실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미연시/에로게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했지만, 각종 사이트나 유튜브의 평대로 감동적인 시나리오와 감성적인 사운드트랙이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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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마인드/440번 환자 - 일류 피아니스트의 트라우마를 통해 보는 강박증세에 관한 고찰

2022.10.18

이번편 역시 지난번에 이어서 <네버마인드>의 다음 스테이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다루게 될 환자는 튜토리얼을 포함한 전편의 세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할 경우 조우할 수 있는 440번 환자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와 정보는 전편 글을 참조하시길 바라며, 바로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전편보기

251번 환자

https://cafe.naver.com/philosophyandtalk/1966

 
 

의뢰인은 유명인사로서 최근 직업과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 과도하며 해로운 죄책감을 보입니다. 의뢰인을 Neurostalgia Institute에 소개한 친구나 동료들은 의뢰인이 의뢰인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심오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이번 인게임 배경에서 피아노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이는 걸로 봐선, 이번 의뢰인은 음악과 관련된 유명인사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피아노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검사 이전 환자의 진술

걱정은 고마워요. 애써주신 것도요. 그런데 과장이 좀 심하네요.

우리 솔직해지죠. 난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요. 실수하는 게 당연해요.

공연 때 있었던 일은...어딘지 몰랐어요, 끔찍했어요!

네, 창피해요. 수치스럽기까지 해요!

하지만... 이젠 그게 내 현실이겠죠.

내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날들은 이제 지나갔죠 - 거기에 있었던 일은 그저... 새로운 일상이죠.

그런 실수를 잊는 건...

어릴 때부터 내 좌우명은 항상 이거였죠.

"고통이 날 훌륭하게 만들고, 완벽함은 고통을 가치 있게 만든다."

그래요, 죄책감이 들어요. 누군들 안 들겠어요? 특히 "나"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죠.

그런데 그게 지나치다고요?

변덕스럽다고요?

강박적이라고요?!

이봐요, 내 친구들과 동료들 - 다들 "나쁜 뜻" 아니란 거 알아요, 다만... 이해를 못 할 뿐이에요.

이해한 적이 없죠.

난 "평생" 완벽을 추구했어요. 일단 진정한 완벽을 맛본 사람은 - 결코 잊지 못하죠.

그 공연...

난 관객을 실망시켰어요.

오케스트라도 실망시켰어요.

나한테도 실망했죠.

난 끔찍한 실수를 저질러 날 믿는 모두를 실망시켰어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그런데도 당신이나 나나, 당신네 그 빌어먹을 잘난 기술이나 시술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요!

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늘 그래 왔으니까요.

게다가 솔직히 말해, 이게 트라우마와 관련 있다니 과장이 아주 심하네요.

저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인제 와서 그런 게 다 왜 중요하죠?

아무래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일생 동안 내내 이런 강박증세에 시달려왔으며, 알츠하이머로 인해 이게 더 악화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피아노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방이 보입니다.

그리고 의뢰인의 단서를 모을 수 있는 판과 물망초가 핀 뇌 형태의 모형을 볼 수 있죠.

물망초의 꽃말은 "진실된 사랑." 그리고 "나를 잊지 마세요."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의뢰인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와 무언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에서 나가 주변 사물들을 살펴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임을 보여주는 포스터들이 보입니다.

의뢰인은 일류 음악인이었던 모양입니다.

통로를 빠져나오자 오케스트라 무대가 보이는군요

의뢰인의 기억을 조사하기 위해 피아노에 앉아 보겠습니다.

지문이 찍힌 건반에서 연주를 할 수가 있군요. 하지만 악보가 없어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렇게나 연주를 해보자, 메트로놈이 가득한 필드로 이동해버렸습니다.

의뢰인이 일류 피아니스트였던 만큼 음악과 박자에 의한 강박관념이 의뢰인의 마음을 제대로 잠식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메트로놈의 추가 좌우로 움직이며 지면을 강타하는데, 이 범위 안에 플레이어가 서 있으면 데미지를 받고 필드의 시작지점으로 돌아와 버립니다.

당황하지 말고 메트로놈을 요리조리 피해 필드 내의 단서를 찾아 봅시다.

단서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자, 청록색의 메트로놈이 보입니다.

안에 통로가 있군요.

다시 게임을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오자 뇌 위에 핀 물망초가 시들었습니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걸까요?

다시 방 안의 통로를 따라가보자, 방 불빛이 어지럽게 깜빡이면서 부정적인 문구들이 적힌 액자가 보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거나, 더 슬프게 울어라."

"너의 실수는 모두의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모두가 실패를 싫어해."

통로를 빠져나오자 설명서와 함께 악기 형태의 퍼즐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설명서와 함께 악기의 연주법을 구사하여 푸는 퍼즐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강박적인 가르침과 함께 의뢰인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듯한 드럼 형태의 퍼즐 설명서

희생이라고 쓰여진 부분은, 손가락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손을 다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박적인 연습을 강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서는 강박관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퍼즐을 풀자...

마지막 퍼즐을 풀고 나가자 이번에는 의뢰인을 비난하는 포스터나 신문기사들이 보입니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공연장에서 실수까지 하게 된 모양입니다.

다시 오케스트라 무대로 돌아오자 이전의 퍼즐과 유사한 피아노 형태의 퍼즐이 보이는군요.

그런데, 건반을 하나하나 누르자 설명서가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필연적으로 실수를 할 수밖에 없겠군요.

피아노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며,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게 됩니다.

통로를 따라 들어선 곳은 의뢰인의 집으로 추정되는 공간과, 퍼즐에서 본 그 피아노였습니다.

다시 피아노를 조사하기 위해 피아노 뚜껑을 열자...

방이 피로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강박적인 연습으로 인해 생긴 손의 상처는 피가 날 정도로 심각했던 걸로 보입니다.

방이 피로 차오르면서 이동한 공간은 손가락 끝에서 피를 흘리는 청록색 손과 피아노 건반으로 이루어진 공간.

주변을 둘러볼때마다 피아노 건반으로 된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고 있으며, 손가락이 부러져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떨어지는 손가락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면서 필드 주변의 단서를 수색해 보겠습니다.

단서를 모으자 막힌 길이 뚫리며 점차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손에서 쏟아지는 피는 어느새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단서를 찾아내자,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친 손과, 피아노 건반, 그리고 필드 내에서 끊임없이 흩날리는 물망초 꽃잎,

강박증으로 인해 손까지 희생을 했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더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출구를 발견했으니 다른 곳에서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다시 시작지점으로 돌아오자, 중앙에 있던 뇌 모형에 있는 물망초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그 색이 없어졌군요.

의뢰인의 트라우마가 플레이어의 치료로 인해 완화되는 것인지, 아니면 알츠하이머로 인해 잊혀지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다시 통로를 따라가자, 알츠하이머가 의뢰인에게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듯한 포스터도 보이는군요.

다시 도착한 무대,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으스스하군요.

또 피아노 퍼즐을 풀어야 하는 것 같은데...

다행히 이번에는 피가 맺힌 악보와 지문이 어느 건반을 쳐야 할 지 알려줍니다.

지문을 따라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무사히 오케스트라가 종료됩니다.

방금 전까지 으스스했던 분위기가 점프스케어 대신 이런 연출을 위한 거였다니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으니 무대에서 퇴장.

구태여 음악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예술인은 그 성과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죠...

"예술은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예술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늘 화제가 되어 대립하는 예술이 추구해야 할 두 가지의 길이 있지만, 어느 길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단서까지 모두 찾아낸 후 시작지점으로 되돌아왔으니, 이제 이 단서들을 언제나처럼 배열해 봅시다.

이번도 다섯 개는 진실, 나머지 다섯 개는 거짓.

-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기억을 잃은 걸 상기했죠. (FALSE)

- 부모님께서는 유명한 피아노 강사를 고용하셨어요, 최고가 아니면 안 되니까요. (TRUE)

- 그는 제게 늘 실패를 두려워하라고 가르쳤어요. (TRUE)

- 모두가 완벽하진 않다는 걸 깜빡했어요. (TRUE)

- 다른 아이들처럼 저 역시 모든 것에 딱히 "재능" 이 있지는 않았어요. (FALSE)

- 한 번은 고통스러운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제 손이 대가를 치렀죠. (TRUE)

-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한 결과, 저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됐어요. (TRUE)

- 부모님께선 관심도 없어 보였어요. (FALSE)

- 다른 아이들이 제 손을 보며 놀렸어요 (FALSE)

- 그는 저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어요. (TRUE)

다시 밝혀지는 진실

예상했던 대로 의뢰인은 일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피아노를 배워 왔고 부모님의 소개로 유명한 피아노 강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피아노 강사는 지나친 완벽주의자였으며, 의뢰인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 문제였죠.

그리고 의뢰인이 어릴 적 피아노 연습을 하던 도중 실수를 하자, 강사는 의뢰인을 계속 닦달하다 결국에는 그대로 피아노 건반 뚜껑을 내리쳐 닫아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인해 의뢰인은 실패에 대한 공포로 인해 피아노에 대한 트라우마가 발생했고, 훗날 "황금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일류 피아니스트가 되었지만, 이게 모두 그 트라우마로 인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였으며, 그녀의 정신을 좀먹기 시작했던 거였죠.

그리고 이게 극에 달하자, 결국에는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실수를 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던 겁니다.

게다가 의뢰인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는 이에 아무런 연관도 없었으며, 의뢰인의 어릴 적 트라우마는 되려 알츠하이머로 인해 점차 기억나지 않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죠.

뉴로스탤지어와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트라우마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낸 의뢰인은 알츠하이머도 때때로는 좋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정신 탐험을 통해 자신의 잊혀진 기억을 찾아내 주어서 감사하다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게임 속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정도면 됐어 VS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어

이 두 가지의 선택지 중 어느 쪽 성향이 더 강하신가요?

후자의 성향이 더 강한 사람들은 과거의 성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고, 크고 작은 성취에 기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더 몰아붙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그것이 지나치게 되면 최고를 추구하게 되고, 조그만 성취에도 무감각해지며, 만족할 줄 모르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최고가 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든 남을 이기려는 욕구 역시 발생하죠.

이런 생각과 태도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팀원들의 작은 성취를 무시하고 계속 팀원을 갈구는 팀장으로 이루어진 팀이

과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비슷한 소재의 영화인 <위플래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뉴욕의 셰이퍼 음대에 입학한 주인공 앤드류는

최고의 지휘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레처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플레처는 누구든 성공으로 인도하지만, 그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을 마다않으며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었죠.

오죽하면 어록 중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

라는 말이 영화 내 명대사로 꼽힐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앤드류는 이런 플레처의 커리큘럼에 휘말려,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한 반 미치광이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애에 쓸 시간이 없다며 연인과 결별하고, 교통사고가 나도 병원에 가지 않고 연습을 하겠다며 달려오는 등의

교수의 눈 밖에 나기 전까지 계속 그에게 인정받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죠.

영화의 타이틀은 <위플래시>는 영화 내에서 주인공 앤드류가 직접 연주하는 곡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직역할 경우 앤드류와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플레처의 "채찍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440번 환자의 피아노 강사처럼 마치 혹독한 훈육을 정당화하듯이 충분히 고통을 느끼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 일류가 되기 위한 역경과 고난은 충분히 이겨내야 할 용기가 있어야 하지만,

굳이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이런 플레처의 커리큘럼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플레처가 교수직을 그만두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런 의문을 남기게 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가치가 있을까?

또한 그런 삶은 정말로 행복할까?

인간은 절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존재로서 인간은, 인간다움이라는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늘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고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완벽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완벽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완벽이 자신을 늘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근본적인 이유 역시 무엇인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선, 때때로는 자기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우리를 몰아붙이는 것보다 더 강하게 세상을 몰아붙여야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과유불급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갈 준비 역시 되어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성취에도 기쁨을 누림으로서,

그 만족감을 통해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증폭시키는 과정 역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 일상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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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질의응답 스크립트

 

 에반게리온 학술제 스피치 이후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을 걸어온 익명의 질문자와의 대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Q. 질문자 
A. 작성자 
로 읽을것. 

Q.간단히 설명하자면 욕구(의지, 목적)를 가지고, 경험을 통해 욕구를 해결할 방법을 고안하고 개선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그런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나는 인문학도가 아니라서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피치를 주제로 대화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 

A. 인문학도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도와주겠다. 우선 내용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Q. 내용에서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없으나 질문이 있다.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타자라는 개념을 알고, 타자를 인식할수 있어야 함. 그렇다면어떤 대상이 자신과 같이 의지를 가진 존재. 즉 '타자'임은 어떻게 알 수 있는걸까? 

A. 질문부터 시작해 보겠다. 스피치를 잘 이해했다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Q.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는 존재가 존재함은 부정할수 없다. 생각하는 존재가 나라면 나는 존재하는것이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A.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생각하는 존재가 존재한다.' 와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내가' 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데카르트는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 보았으나, 의심을 하고 잇는 자기 자신이 존재함은 끝내 의심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왜 이 말이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 라고 해석되는 이유이다. 

Q. 의심을 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것은 어떻게 논증될 수 있는가? 

A. 모든 것을 의심해 본다고 치자. 2+2=4라고는 하지만 어디서 악마가 2+2는 무조건 4다 라고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해도 내가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 의심스럽다면 
이것은 모든 것이 진실이거나, 의심을 하고 있는 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진실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자는 불가능에 가갑다. 

Q. 위에서 말한대로, 악마가 존재해서 나에게 어떤것을 의심하게 하는 가능성은 부정되지 못하는것 아닌가? 

A. 악마는 그저 가설일 뿐이다. 악마가 의심하게 하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악마가 있는지의 여부부터 의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Q. 그렇다면 '의심의 발현은 어떤 처리장치를 거친것이므로 처리장치는 존재한다.' 로 해석될 수 있는가? 

A. 어떤 의미로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다. 

Q. 그렇다면 의심의 주체는 왜 '나'일 수밖에 없는가? 

A. 자기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심 역시 할 수 없다. 

Q. 자기 자신이 존재하므로, 현재까지 발현된 모든 의심이 내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것은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가? 

A. 의심을 하는 이유는 의심할 수 없는 것(진리)를 찾기 위함이다. 또한 의심이라는 단어에 크게 중점을 둘 필요도 없다. 의심은 진리를 찾기 위한 생각의 방식에 불과하며, 모든 의심이 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타인의 의심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Q. 납득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A. 지금까지 데카르트의 존재론이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에바와 연관을 지었던 철학자인 레비나스의 이론으로 넘어가 보겠다. 질문이 있는가? 

Q. 레비나스의 이론은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나와 외부를 분리할수 있으며 내 위상을 가늠할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A. 그 해석은 틀렸다. 타인이 존재함으로서 나와 내가 아닌 것을 분리하는 것은 맞으나, 그것으로 자신의 위상을 가늠할 수는 없다. 

Q. 위상의 측정은 비교대상이 있어야 가능하고, 나를 제외한것은 타인이니까 비교대상은 타인밖에 없지 않나? 

A. 공중도덕을 예로 설명해 보겠다. 노약자석에 당신이 앉아 있는데 앞에 노인이 서 있다면 어쩌겠는가? 

Q. 당연히 자리를 양보한다. 

A. 그럼 왜 자리를 양보하는지 두 가지 항목 중 선택해라. 
1. 노인을 노약자석에 앉게 하기 위함이다. 
2. 노인을 앉힘으로서 공중도덕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Q. 2번을 선택하겠다. 

A. 이 선택지의 의도는 타인의 존재를 어떻게 인정하느냐를 구분하는 것이다. 1번 항목은 단순히 타인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는 것이나, 2번 항목은 자신을 공중도덕을 지키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타인을 인정했기 때문에,1번은 레비나스의 이론에 좀더 가깝지만 2번은 레비나스의 이론과 반대된다. 

Q. 순수한 선악이 존재한다는 의미인가? 

A. 선악과는 관계가 없다. 이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레비나스의 이론이, 타인을 어떠한 수단으로도 간섭하거나 제압할 수 없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노약자석에 노인이 앉는것은 '노인' 이라는 성질을 가진 타인의 권리이며, 우리가 노약자석에 앉았다면 우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된다. 
그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자리를 양보해야 햐며, 어떤 이유에서 자리를 양보했는지의 여부가 자신과 타인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하는지를 결정한다.

Q. 그렇다면, 타인에 대해 간섭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에 대해서 간섭할 능력이 있으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A. 후자이다. 

Q. 레비나스의 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에바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A. 스피치의 내용과 일치하지만 다시 한번 설명해 주겠다. 레비나스의 이론은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과 흡사한 면모를 가진다. 

인류보완계획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선 (AT필드)를 완전히 허물어, 모든 생명을 하나의 유기체(LCL)로 통합하는 계획이다. 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바로 거대한 자기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에서는 이를 '어디까지나 자신이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은 없는 세계.' 라고 칭한다. 

Q. 그렇다면 인류보완계획은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 레비나스의 이론과는 정반대가 아닌가? 

A. 그렇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에서는 이를 레비나스의 이론과 비슷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신지이다. 

신지는 서드 임팩트 이후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되었으며, 처음에는 타인이 곧 공포라는 결론을 내린 후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했으나, 그것이 곧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이를 중단했다. 불완전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인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인류의 불완전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타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레비나스의 이론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Q.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석했다. 

에바에서 신지의 선택은 타인과의 관계는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나, 고통의 총량보다 쾌락의 총량이 크니 타인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라는 생각의 결과. 

A. 공리주의적인 입장해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레비나스의 이론과는 다른 관점이다. 레비나스는 공리주의와 연관된 이론이 전혀 없다. 

Q. 알고 싶은 걸 전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의문점을 해결할 다리가 생긴 것 같다. 혹시 관련된 키워드를 더 알려줄 수 있는가? 

A.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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